[살며 사랑하며-김세원] 거꾸로 도는 시계

입력 2016-05-31 20:32

최근 ‘강남역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의 범죄율보다 훨씬 낮다고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정신병력이 강조되며 정신질환자는 희생양처럼 등장한다. 현대인은 스트레스성 정신분열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 약을 먹으며 사회생활을 하는 환자도 많을 텐데,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려는 의도로 전수조사라는 말까지 나오니 낙인과 편견이 두려워 누가 병원 치료를 받으려 하겠는가.

투병 중인 환자에게 사회적 문제를 뒤집어씌우려는 의도야말로 범인이 여자라고 만만히 보고 폭력을 썼듯 국가가 사회적 약자인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짓밟고 만만히 보며 폭력을 쓰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환자 전수조사라니…. 남성이 범죄를 저질렀으니 폭력성 있는 남성 전수를 조사하겠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 사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근시안적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그들을 격리시키면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턱없이 부족한 공공 의료체계 확충이 우선 아닐까.

만성화된 조현병도 약을 먹으며 관리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80대 권사님은 교직에 있다가 쉴 틈도 없이 청소년기부터 조현병을 앓게 된 막내아들을 돌보고 있지만 언제 자신이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고, 다른 자녀에게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에 아들을 맡길 생각이라고 한다. 장년임에도 아이처럼 순진한 아들은 노모의 지극한 돌봄 속에 복지기관이 운영하는 곳에서 단순노동을 하며 용돈 정도는 벌어 쓴다고 한다.

강남역 사건을 정신병자의 만행으로 몰기보다는 사회의 현 상태를 보여주는 문제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양극화 현상이 심해져 아무리 노력해도 정당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사회에서 쓰임받지 못하니 왕따를 당한 듯한 소외감으로 건강하지 못한 생각에 빠진 젊은이가 많은 것이 불안 사회를 조성하는 원인 아닐까. 투병 중인 우리 사회. 빠른 치유가 필요하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