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김희옥 첫 의총 일성은 “계파 청산”

입력 2016-05-31 04:48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운데)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서류로 입을 가린 채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 홍문표 사무총장대행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20대 국회 개원(開院) 첫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계파 청산’을 일성으로 외쳤다. 의원들은 김 내정자 인선을 용인하는 형태로 사실상 ‘혁신비대위’ 체제를 추인했다. 또 한번 당 쇄신안이 무너질 경우 당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1년간 원내대표로 일하면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당은 일방적으로 따르는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내친다는 뜻의 ‘대의멸친(大義滅親)’ 자세를 요구하며 “계파에 발목 잡혀 한발도 못 나간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다들 자제하고 절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내정자도 “주변 많은 분들에게 당내 분란과 계파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제발 이제 그만 싸우라고 해라. 꼴도 보기 싫다’는 것”이라며 “부정적 의미의 계파 활동으로 당의 화합을 해하고 언행을 하는 구성원은 윤리위를 통해 제명 등 강한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 당내 여러 의원은 계파 청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갈등을 봉합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비대위와 혁신위를 통합하고 김 전 공직자윤리위원장을 혁신비대위원장에 내정키로 합의한 정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 간 ‘3자 회동’에 대한 비판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사실상 지난 3자 회동에서 공감을 이룬 당 정상화 방안이 용인된 셈이다. 의총에선 다만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당권·대권 분리 여부’ 등에 대해서는 비대위 구성 후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키로 했다.

최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계파 청산은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반대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다. 홍문종 의원도 “다들 박수치는 분위기였다. (이번 전국위에선) 참석해서 잘하겠다는 분위기 같다”고 했다. 당 고위관계자는 “4·13총선 이후 계속돼온 지도부 공백 사태가 해결 국면으로 돌입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원 구성 이전 1박2일 일정의 연찬회를 열어 계파주의 혁파를 위한 대국민 선언도 하기로 했다.

한편 하태경 의원은 의총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반드시 새누리당 후보가 될지 불확실하고 반 총장이 ‘아웃’될 수도 있다. 반 총장만 믿고 있다가 한방에 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여러 의원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김성태 의원도 “반 총장이 대선주자로 나서는 건 환영하지만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추대론’은 배부른 소리”라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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