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당찬 신예 김태리… 새로운 충무로 신데릴라 등장

입력 2016-05-31 17:41 수정 2016-06-01 13:32
영화 ‘아가씨’의 한 장면. 극 중 하녀 역을 맡은 김태리(오른쪽)는 신인 같지 않은 호연을 펼쳤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충무로에 또 한 명의 신데렐라가 나타났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로 처음 스크린에 등장한 신예 김태리(26)다. 신인답지 않은 당찬 매력이 인상적이다.

김태리는 1일 개봉한 ‘아가씨’에서 도둑의 딸로 태어나 소매치기로 살다 귀족 아가씨(김민희)의 하녀로 고용되는 숙희 역을 맡았다. 아가씨의 막대한 재산을 가로채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과 손을 잡고 계획적으로 아가씨에게 접근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저택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격한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을 김태리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노출 연기에도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신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자기 몫을 해냈다” “현장에서 보여준 담대한 태도가 놀라웠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김태리는 1500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박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그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박 감독은 “주눅 들지 않는 점을 높이 샀다. 그리고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3년 동안 극단에서 쌓은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 이후 극단 ‘이루’에서 활동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아가씨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보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던 김태리는 벌써부터 충무로 블루칩으로 통하고 있다.

앞서 비슷한 행보를 보인 스타들이 적지 않다. ‘은교’(2012)로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한 김고은(25)이 대표적이다.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계춘할망’ 등 작품을 거치면서 20대 대표 여배우로 자리 잡았다.

‘인간중독’(2014)의 임지연(26), ‘마담 뺑덕’(2014)의 이솜(26), ‘봄’(2014)의 이유영(27), ‘순수의 시대’(2015)의 강한나(27) 등이 비슷한 경우다. 이들은 모두 주연 데뷔작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뒤 단숨에 기대주로 떠올랐다. 경력이 많지 않음에도 노출을 불사하는 과감한 연기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이후 러브콜이 밀려드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다들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임지연은 최근 SBS 드라마 ‘대박’을 마무리했고, 이솜은 영화 ‘막둥이’ 출연을 확정지었다. 이유영은 홍상수 감독의 18번째 신작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촬영을 마쳤다. 강한나는 오는 8월 29일 첫 방송되는 SBS 드라마 ‘보보경심: 려’에 출연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신인 여배우에게는 신선한 마스크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노출 등 과감한 도전까지 더해지면 관심은 한층 쏠리기 마련”이라며 “반짝 인기를 끌기는 쉽지만 이를 유지시키는 건 결국 연기력”이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