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울창한 숲이 감싸고 있는 공원 곳곳에 재즈 선율이 흘렀다. 잔디밭에 드러누워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사람들, 음악소리에 뒤섞인 웃음소리, 실내공연장을 꽉 채운 열기, 가볍게 즐기는 맥주와 와인까지…. 서울재즈페스티벌(SJF·서재페)이 열린 지난달 27∼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은 내내 이렇게 제대로 ‘음악 축제’의 모습이었다.
10주년을 맞은 서재페는 라인업부터 화끈했다. 팻 메스니, 에스페란자 스팔딩, 마크 론슨, 바우터 하멜, 더 냇 킹 콜 트리뷰트 등 해외 유명뮤지션들이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국내 뮤지션 중에는 빈지노, 페퍼톤스, 혁오, 에피톤 프로젝트, 고상지, 나희경, 에디킴, 딘, 에이퍼즈, 방백, 드럭 레스토랑, 밴드 못 등이 라인업을 채웠다.
본격적인 축제 첫 날 밤인 28일, 헤드라이너는 팻 메스니였다. 재즈는 잘 몰라도 팻 메스니는 들어본 이들이 많을 만큼 국내에서도 유명한 재즈 기타리스트다. 야외무대를 둘러싸고 가득 메운 관객들을 보고 팻 메스니는 적잖이 놀란 듯했다.
팻 메스니는 서재페가 첫 공연을 열었던 2007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고 꼬박 10년 만에 다시 축제의 무대에 섰다. 수만명이 모여 음악을 즐기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면서 히트곡들을 선사했다. ‘파머스 트러스트(Farmer’s Trust)’ ‘라스트 트레인 홈(Last Train Home)’ ‘소 메이 잇 시크리트리 비긴(So May It Secretly Begin)’ 등이 운집한 재즈팬들을 설레게 했다.
이날 저녁엔 ‘업타운 펑크(Uptown Punk)’로 유명한 팝 스타 마크 론슨, 미국 그래미 어워드 4회 수상 경력의 에스페란자 스팔딩, 재즈 분위기로 무장한 힙합 뮤지션 빈지노 등이 첫날 무대를 달궜다.
마지막 날 밤은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냇 킹 콜의 음악으로 마무리를 장식했다. 냇 킹 콜을 추모하기 위해 한 무대에 선 이들은 피아노 연주자 램지 루이스, 보컬과 기타를 맡은 존 피자렐리였다. 정통 재즈의 다채로움을 선사하며 아쉬운 축제의 마지막 밤을 달래주는 시간이었다.
27일 서재페의 전야제 격인 ‘로열 나이트 아웃(Royal Night Out)’에는 데미안 라이스, 제이미 컬럼 등 인기 스타들의 무대로 축제의 서막을 올렸다. 재즈를 어려워하지만 축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시간이었다.
3일 연속 서재페를 찾은 안아름(31·여)씨는 “다양한 장르의 훌륭한 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거기가 서울이었다. 재즈 말고도 록이나 팝 음악도 좋아하는 사람으로 안 가고는 못 배길만한 페스티벌이었다”고 말했다.
서재페는 서울 도심에서 개최하는 페스티벌로 높은 접근성과 화려한 라인업으로 지난해 5만여명이 방문했다. 국내에 몇 안 되는 ‘흑자’ 페스티벌로 꼽힌다. 다만 이번 서재페는 재즈페스티벌인데 정통 재즈 뮤지션들이 아닌 팝, 록, 힙합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데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문수정 기자
[리뷰-‘서울재즈페스티벌’] 도심 공원서 흘러 나온 재즈 선율에 취하고…
입력 2016-05-31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