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일임형’ 개인연금 나온다

입력 2016-05-31 04:00



연금도 금융회사들에 투자를 맡기는 일임형 개인연금상품 도입이 추진된다. 보험·신탁·펀드 등에 한정된 연금 상품 선택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노후대비 자산인 개인연금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가상 개인연금 계좌도 마련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개인연금법 제정 방향을 30일 발표했다. 올해 중에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인연금법은 세법, 보험업법, 자본시장법 등에 분산된 연금 관련 규정을 정비한 사실상의 연금특별법이다. 개인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292조원을 넘어서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 미비로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제정안 마련이 추진됐다.

개인연금법은 크게 세 갈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연금상품 도입 근거에 투자일임형 연금 상품이 추가된다. 현재 세법에는 보험·신탁·펀드에 대한 도입 근거만 마련돼 있는데 개인연금법에서 일임형 상품을 추가해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연금상품 출시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기존에 일임형 상품을 취급해온 증권사들이 연금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손실 위험이 있는 일임형 상품으로 연금 고객을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한지를 두고 논란도 예상된다.

생애주기에 따라 젊을 때는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고 중장년 때에는 안정적인 투자로 전환하는 라이프사이클 펀드, 복수의 펀드에 분산투자하고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재조정)하는 자산배분형 펀드 등을 가미한 연금상품 운영 근거도 마련된다. 현행법상 이런 상품 출시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법적 근거를 마련해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다. 또 법적인 연금상품 요건을 ‘50세 이후 5년 이상 연금 수령’으로 정의해 가입자 수요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로 연금 가입자 보호가 강화된다. 운용기간이 긴 연금 상품 특성을 감안한 보호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가입단계에서 가입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용·수령·해지 단계에서도 설명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주가지수나 금리가 급격히 변동할 때 연금 가입자에게 통지하는 내용이 담긴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나 투자일임형 상품은 별도로 설명 절차를 마련한다.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했다가도 일정기간 이내에 해약하면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규정도 넣을 계획이다. 최저생활비, 적립금 규모 등을 감안해 개인연금 압류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긴다.

마지막으로 상품별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는 연금 상품을 통합 관리하는 개인연금계좌가 도입된다. 우선 금융회사 1곳당 1계좌로 연금 상품을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전 금융권에 1인 1연금계좌가 맞지만 당장은 업권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20년 이상 운용된 연금시장의 통폐합이 어렵고, 강요하기에는 시장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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