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협상 타결 임박에 한숨 돌렸지만… 현대상선, 채권단 설득 등 순항까지 ‘암초 첩첩’

입력 2016-05-30 18:29 수정 2016-05-30 21:57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전망이지만 구조조정은 이제 막 궤도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첩첩산중을 헤쳐나가기 위한 발판 정도를 마련한 셈이다.

현대상선은 30일 “그동안 해외 선주 22곳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한 결과 용선료 조정에 대한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며 “조속한 시일 내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특히 “5개 컨테이너선주사들과 협상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진척을 보이고 있고 벌크선주사들에는 최종 제안을 제시한 상태”라며 “조속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당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에 이어 협상 추이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던 현대상선까지 공개적으로 용선료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용선료 인하 폭에 대해선 설(說)만 난무하고 있다. 당초 28%대 인하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인하 폭은 이보다 낮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대 20% 안팎 수준에서 조정이 가능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최종 협상 결과가 나오는 시기도 일단 이달은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하다.

현대상선은 31일과 다음 달 1일 이틀에 걸쳐 채무 재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한다. 8043억원 규모의 사채 만기연장안 의결을 위해서는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게 절실하다.

용선료 인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뒤에 의결이 수월하겠지만 집회 기간까지 타결이 안 될 경우 협상 경과 일부가 채권자들에게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사채권자 집회 직후인 다음 달 2일에는 해운동맹 ‘G6’ 회원사 간 회의가 예정돼 있다. G6에는 내년부터 출범하는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결성을 주도한 독일의 하팍로이드가 속해 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 경과와 채무 재조정 결과를 갖고 디얼라이언스 합류를 적극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격하게 변한 현대상선과 정부의 기류를 감안할 때 해운동맹 합류도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흘러나온다.

정부와 채권단은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에 대한 늑장대응 여론에 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용선료 인하 폭이 기대보다 낮거나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 합류에 실패할 경우 현대상선은 다시 법정관리행이 임박해질 수 있다.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현대상선의 회생을 지원할 명분이 약해진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국내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짜여진 일정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업계의 구조적인 불황이라는 최대 난제를 돌파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는 선박 공급과잉과 물동량 성장둔화로 향후 수년간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와 채권단, 각 사는 현재의 고비를 넘긴 뒤에도 불황기를 버티면서 동시에 영업이익을 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용선료 협상은 기나긴 구조조정 과정의 첫 단추일 뿐이라는 것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