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이어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변’ 추모 쪽지 “많이 힘들었지?… 죄송합니다”

입력 2016-05-30 19:29 수정 2016-05-31 00:44
30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의 스크린도어에 지난 28일 수리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은 외주업체 직원 김모씨를 추모하는 글이 담긴 포스트잇들이 붙어 있다. 뉴시스

허술한 안전관리 속에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끼어 스러진 젊은이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사고 장소인 서울 지하철2호선 구의역 9-4승강장에 붙기 시작했다. 외주업체 직원 김모(19)씨를 아는 듯한 이가 붙인 ‘○○야, 많이 힘들었지. 편히 잠들어’라는 포스트잇, ‘외주화, 하청, 재하청 등의 시스템이 안전매뉴얼을 지킬 수 없게 만들었다. 문제의 원인을 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 죄송하다’는 내용의 A4용지도 붙었다. 서울메트로는 구의역 ‘만남의 광장’에 추모공간을 설치했다.

이곳은 지난 28일 오후 5시52분쯤 김씨가 목숨을 잃은 장소다. 김씨는 수리 중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사이에 몸이 끼었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김씨의 아버지는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젓하고 든든한 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월급 144만원을 받으면 용돈 30만원만 빼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쓰라고 줬어요. 사고가 난 날에 한 마지막 통화도 용돈이 5만원 적게 들어왔다고 더 달라는 거였어요. 사랑한다는 말도 못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전 취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김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메신저 이름이 ‘급식충’으로 돼 있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급식만 먹는 벌레’라며 취직을 못한 자신은 급식만 먹는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김씨는 7개월 전 학교의 추천으로 은성PSD에 입사했다. 지하철역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해 걱정하던 부모님은 ‘이제는 괜찮아졌겠지’라는 생각에 허락했다고 한다. 김씨의 아버지는 김씨가 높은 노동 강도에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퇴근시간인 오후 10시를 훌쩍 넘겨 집에 오는 일이 잦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씻지도 못한 채 잠들거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혼자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김씨의 아버지는 “아들은 ‘회사가 메트로의 자회사가 되면 준공무원이 된다’는 기대에 힘든 생활을 견뎠다”며 “그렇게 되면 군대에 다녀와서도 다시 일할 수 있고, 꿈이었던 기관사도 돼 가족들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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