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우조선해양과 다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정부가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구조조정 프레임에 묶는 것을 두고 불만이 가득하다. 이미 수조원대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도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비율을 보이는 대우조선해양과 다른 두 조선사에 대한 해법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옥석을 가리지 않고 빅3를 한데 묶어 구조조정 프레임을 짜려는 움직임을 놓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진다. 대우조선해양에 막대한 부실을 초래하거나 방치한 쪽에서 사회적 지탄이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본질을 호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빅3 프레임에 갇힌 조선=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30일 “현재 문제가 되는 업체는 대우조선해양”이라며 “빅3가 아니라 빅2(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체질개선을 구분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을 취약업종으로 분류하면서 세 대형 조선사를 빅3로 지칭하고, 일괄적으로 자구안 제출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작위적”이라며 “3사에 대해 같은 구조조정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분기 이들 조선사의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재무 건전성을 따지는 중요 지표인 부채비율에서 대우조선해양은 무려 4351.1%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218.7%, 삼성중공업은 254.3% 수준이다.
이들 3사는 일단 자본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자본총계가 각각 15조7064억원, 5조1555억원인 데 비해 대우조선해양은 4216억원에 불과하다. 업황이 악화돼 비슷하게 수십조원대 부채가 발생했다고 해도 각 사별로 처지가 다르다는 의미다.
영업실적도 극명하게 갈렸다. 올해 1분기 현대중공업은 3252억원, 삼성중공업은 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262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해양플랜트라는 공통 악재를 떠안은 가운데 이들 3사가 합쳐서 5조979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조9371억원이 대우조선해양의 손실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나란히 1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나타내 두 회사의 손실을 합쳐야 대우조선해양의 손실과 규모가 비슷해진다.
◇정부 책임은 피하고, 민간만 닦달=대우조선해양은 최대주주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사실상 정부 품안에 들어있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에서 오너가 있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과 구분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공기업으로 수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며 “막대한 자금을 받았는데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처리를 고민해야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운영은 각 사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초래한 책임자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있어 제대로 된 구조조정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은 부실기업의 대주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피력했다. 여론을 이용해 사재 출연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그게 타당한지 의문을 자아낸다. 오히려 대우조선해양 부실은 정부와 산업은행 책임이 가장 큰 데도 본질을 숨기기 위해 민간기업만 다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책임론 이전에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실책을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해운업 구조조정도 오락가락=해운업의 경우도 구조조정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 양대 국적선사는 일단 용선료 인하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과 업황 회복 없이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을 두고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돌입 시한이 용선료 협상을 이유로 미뤄진 것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데드라인 설정은 현대상선과 해외 선주들을 압박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고 하지만 정부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말바꾸기 탓에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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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처리 잘못 감추려 ‘빅2’에 동일 잣대 대나
입력 2016-05-30 18:18 수정 2016-05-30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