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로 가계소득 늘려야 저성장 극복” 이주열 한은총재의 ‘쓴소리’

입력 2016-05-30 18:29 수정 2016-05-30 19:07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제임스 블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양질의 일자리로 가계소득을 늘려야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일자리만 만드는 게 아니라 임금 격차를 좁히고 사회안전망을 개선해 소득이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의 고용·경제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쓴소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고용과 성장을 주제로 열린 ‘2016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통해 “가계소득의 원천이 되는 고용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위기 이후 고용이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고용정책을 통해 유효수요 부족과 생산능력 정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해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되는 여건을 조성하고, 고용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육성과 창업지원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물가·금융안정을 우선하는 한은 총재가 저성장 대책으로 고용을 강조한 것은 현재 경제구조가 ‘장기 정체’에 빠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고령화 진전, 부채 증가, 소득불균형 확대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투자 부진으로 생산성 향상이 지연되는 등 현재 경제회복이 지연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환경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런 장기 정체론은 통화정책만으로는 현재의 저성장을 극복할 수 없으며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견해와 맥을 같이한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등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후 발표된 공동선언문에도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며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총재는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소득이 소비로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근로자 간 임금 및 고용조건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또 단기적 성장률 제고보다는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정책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고용이 성장을 이끄는 방안이 성공하려면 노동·산업·금융 등 여러 부문에서 구조개혁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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