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영업정지 대책 논란] 정부 ‘협력사 떠넘기기’ 구태… 다른 홈쇼핑 업체들 속앓이

입력 2016-05-31 04:38

롯데홈쇼핑이 프라임 시간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협력업체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미래창조과학부가 다른 홈쇼핑·데이터쇼핑 업체들에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가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영업정지 처분을 해놓고 억지로 경쟁업체에 부담을 떠넘기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래부는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TV홈쇼핑, 데이터홈쇼핑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홈쇼핑 중소기업 제품 판로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앞서 미래부는 지난 27일 롯데홈쇼핑에 대해 6개월 프라임 타임(오전 8∼11시, 오후 8∼11시)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홈쇼핑 사업자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비리 임원을 고의로 누락해 감사원에 적발됐다는 이유다.

미래부는 MOU를 통해 일원화된 납품상담창구를 운영, 다른 홈쇼핑과 데이터쇼핑 채널로 판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롯데홈쇼핑과 단독 거래하는 업체의 경우 다른 홈쇼핑과의 협의 창구가 없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어떤 상품을 납품하고 싶은지 등을 접수하겠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홈쇼핑 실무진과 관련협회 관계자와 함께 ‘롯데홈쇼핑 협력사 지원 TF(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다.

다른 홈쇼핑 업체들은 겉으로는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이지만 속으로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자리에서 “롯데홈쇼핑 중소협력사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업계 차원에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GS홈쇼핑 허태수 대표, NS홈쇼핑 도상철 대표), “이번 기회를 홈쇼핑 산업 성장 및 중소기업과의 상생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삼겠다”(홈앤쇼핑 강남훈 대표, 현대홈쇼핑 강찬석 대표)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

하지만 업계에선 홈쇼핑 업체 승인권을 쥔 미래부가 나서서 협력업체를 떠안으라고 하는 데 홈쇼핑 업체들이 곧바로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협력업체를 일정 비율로 편성에 포함시키도록 하거나 강제성을 띤 세부 지침이 나오면 업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초유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업계에서는 규제 분위기가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전체 협력업체를 떠안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큰 업체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기존 협력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통상 업계에서 편성은 길게는 6개월, 짧게는 2∼3주 정도 기간을 두고 이뤄진다. 계절적 요인이 있는 상품(에어컨 등)을 제외하고는 6개월 전 상품이 이미 정해지는 경우도 있다. 미래부의 요청을 들어준다면 기존에 편성이 확정된 협력업체들의 제품을 밀어내고 롯데홈쇼핑 협력업체 제품을 방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허태수 대표와 도상철 대표는 간담회에서 “기존 각 홈쇼핑사가 거래 중인 중소협력사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이러한 내용을 양해각서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롯데홈쇼핑은 단독으로 거래 중인 협력업체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순차적으로 1일까지 세 차례 간담회를 진행해 판로 다양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김유나 박세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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