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도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는 내내 ‘약간 나쁨’ 수준이었다. 올해 5월 평균 미세먼지 농도(서울 기준)는 53.48㎍/㎥로, 지난해 같은 기간(45㎍/㎥)에 비해 크게 높다. 그런데도 정부가 ‘특단의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을 보면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지난 25일 예정됐던 관계부처 차관급 회의는 국무조정실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달 말까지 관계부처 협의를 마치고 6월 초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경유차의 연료가격 인상 여부를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세먼지 주범으로 국내의 자동차와 화력발전소를 꼭 집어서 말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경유값 인상은 안건에서 아예 빼도록 요구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유차 신규 수요를 낮추는 어떤 대책에도 반대의견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가격 인상이 가장 시급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당분간 중국 변수를 어찌 할 수 없다고 볼 때 정책을 통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은 역시 석탄화력발전소와 수송 부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유차, 그중에서도 50% 이상을 차지하는 10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에 대한 통행 제한과 폐차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경유버스에 대한 보조금도 폐지돼야 한다. 큰 차에 부과금을 물리고, 작은 차에 보조금을 주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도’가 2020년까지 유예됐는데, 이를 즉각 시행하는 것도 비용을 안 들이고 대기 질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휘발유 대비 경유가격의 인상도 원칙적으로 필요하다. 지금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차는 대부분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비롯된다. 이 세금은 유가와 무관한 종량세로 휘발유는 ℓ당 529원, 경유는 375원이 붙는다. 이런 차별 자체가 경유는 산업용이므로 우대해야 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세금 혜택 탓에 주행거리가 길고, 미세먼지를 훨씬 더 많이 배출하는 레저용 차량(SUV)이 최근 5년간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에너지 세제를 손볼 때가 됐다.
지금 미세먼지 대책은 부처 간 힘겨루기로 시간을 보낼 만큼 한가하지 않다. 미세먼지 오염원별로 기여도를 따져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오염원별 대책들도 시행에 따른 비용 대비 효율을 면밀히 분석한 다음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상충하는 이해당사자들이 공개토론을 거쳐 비용을 감당해야 할 국민들을 설득하는 방안도 추진할 만하다. 전문성과 로드맵을 가지고, 이런 과정들을 이끌어갈 사령탑을 한시바삐 정해야 한다. 신망을 잃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필요하다면 원포인트 개각을 꺼릴 이유가 없다.
[사설] 미세먼지 대책 우선순위 정할 컨트롤타워 시급하다
입력 2016-05-30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