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만표 영장’ 의미 있으려면 현직 로비 규명돼야

입력 2016-05-30 18:06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일단 영장에 기재된 혐의는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이다. 부당 수임으로 5억원을 받았고, 지난 5년간 수임료 소득 누락 등을 통해 10억여원을 탈세한 혐의다. 홍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절 전직 대통령들의 비리를 수사하며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한데 한순간의 탐욕으로 친정인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영장이 청구되는 참담한 신세가 됐다.

범죄사실에서 주목할 부분은 부당 수임과 관련된 두 가지 로비 의혹이다. 하나는 지난해 8월 해외원정 도박으로 수사를 받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검찰 관계자 등에게 청탁하겠다며 3억원을 챙긴 것이다. 또 하나는 2011년 9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매장 입점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관계자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것이다. 입점 로비를 위해 홍 변호사가 거액을 받았다는 건 새로운 내용이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2011년 8월 퇴임한 지 한 달 만에 청탁 로비 역할을 맡았다는 게 놀랍다. 이게 사실이라면 ‘사업 브로커’ 노릇까지 했다는 얘기다.

검찰이 로비 의혹을 영장에 적시했다는 것은 증거가 어느 정도 뒷받침됐기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이제 그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단계다. 정운호 게이트의 본질인 법조 로비 수사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3억원을 받아 수사 라인 누구에게 어떻게 청탁을 했는지 등이 명백히 규명돼야 한다. 당시 정 대표는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당연히 적용돼야 할 회삿돈 횡령 혐의는 아예 빠졌다. 전관(前官)과 현관(現官)의 비밀 거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검찰이 문제가 불거진 지금에야 142억여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정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니 부실 수사였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그럼에도 현직 검사를 상대로 한 시도는 있었으나 ‘실패한 로비’였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현관의 도움 없이 전관이 빛을 발할 수는 없다. 조직 내부의 썩어빠진 적폐를 과감히 도려내지 않고서는 검찰이 바로 설 수 없다. 전 국민이 검찰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