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주타누간, 코리안 낭자군 대항마 부상

입력 2016-05-30 21:21

태국의 여자골프 선수 아리야 주타누간(21·사진)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5월에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연승을 거둔 것이다. 시즌 초반 독주해온 한국(계) 선수들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것이다.

주타누간은 이달 초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태국선수로는 처음 LPGA 챔피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킹스밀 챔피언십과 30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볼빅 챔피언십까지 3개 대회 연속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볼빅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친 주타누간은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재미동포 크리스티나 김(32)을 5타차로 따돌리고 대회 초대 우승자가 됐다. 3연속 우승은 2013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US 여자 오픈을 차례로 석권한 박인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LPGA 투어는 한국(계)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11개 대회 중 10개 대회를 한국(계) 선수들이 독식했다.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렉시 톰슨(미국)이 우승한 게 유일한 예외였다. 하지만 첫 이후 안정감과 자신감을 찾은 주타누간의 기세에 우승컵을 계속 내줬다.

고향 태국에서 ‘메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그는 별명에 어울리게 5월에만 3승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우승상금 19만5000 달러를 보태 선두 리디아 고(110만2829 달러)에 이어 상금 2위(88만2820 달러)에 올랐다. 이번 시즌 첫 투어 3승을 거둔 그는 세계랭킹도 13위에서 10위로 뛰어올랐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봤을 때 오는 8월 리우올림픽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290야드의 비거리를 자랑하는 장타자에다 쇼트게임 능력까지 갖췄다. 그러나 번번이 우승문턱에서 좌절하곤 하며 ‘새가슴’이란 오명에 시달렸다. 결정적인 순간 자멸했기 때문이다.

2013년 초청선수로 출전했던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최종라운드 17번홀까지 3타차 선두를 달렸으나 마지막 18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박인비에게 우승트로피를 넘겨줬다. 지난 달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도 마지막 3홀을 남겨놓고 리디아 고에 2타 앞선 선두를 달렸지만 남은 3개 홀에서 3연속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주타누간의 유일한 약점이던 정신력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은 바로 캐디 레스 루왁이었다. 올해부터 주타누간의 백을 멘 루왁은 “져도 좋으니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주타누간은 “올해 훌륭한 캐디를 만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러 면에서 부족했던 나를 이 자리까지 올려놓은 좋은 친구”라며 캐디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편 대회 후원사인 볼빅은 주타누간에게 수공예 아트 타일로 만들어진 우승 트로피와 볼빅 비비드로 구성된 골프공 목걸이, 그리고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원장이 직접 디자인한 한복 재킷을 우승 선물로 전달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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