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양자대결로 굳어가던 미국 대선 구도에 ‘제3의 후보’가 등장했다. 자유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게리 존슨(사진)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트럼프와 클린턴에 실망한 유권자의 지지를 업고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자유당 정치이념이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가깝고, 존슨도 공화당 출신이어서 클린턴보다는 트럼프에게 타격을 더 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존슨은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2차 투표 끝에 득표율 55.8%로 대선 후보에 뽑혔다. 존슨은 공화당 출신 윌리엄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 출신인 존슨은 “두 거대 정당의 후보에 대한 불신이 높아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최근 폭스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존슨은 트럼프 42%, 클린턴 39%에 이어 10%의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다. 지지율 15% 이상이면 대선후보 TV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존슨이 돌풍을 일으키더라도 판세를 뒤엎을 만큼의 파괴력을 갖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에 부정적인 공화당의 온건 보수주의자와 클린턴의 경쟁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를 흡수하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제3의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1971년 창당된 자유당은 정부지출을 크게 줄이고 개인의 자유를 적극 허용하는 노선을 채택했다. 그러나 민주·공화 양당체제 속에 존재감을 드러낸 적이 별로 없었다. 1980년 대선에서 에드 클라크 후보가 득표율 1%를 조금 넘긴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존슨도 2012년 자유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지만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틈바구니에서 득표율이 1%에 못 미쳤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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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당, 게리 존슨 후보 선출… 美대선 제3후보 급부상
입력 2016-05-30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