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교역자들 ‘행복한 책읽기’

입력 2016-05-31 04:00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남연회와 경기연회의 책방지기로 각각 활동하고 있는 최효석 목사(왼쪽)와 김완중 목사는 “나눔책방을 통해 감리교회 교역자끼리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주고받는 게 정말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최효석·김완중 목사 제공
서울남연회의 나눔책방 밴드 페이지.
취지는 소박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책을 좋아하는 목사나 전도사들이 모여 친분을 쌓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여겼다.

최효석(57·서울 무지개언약교회) 목사는 2014년 9월 이런 생각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앱인 ‘밴드’에 ‘나눔책방’이라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나눔책방 회원은 서서히 늘었다. 최 목사가 소속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남연회 소속 교역자들이 주 회원이었다. 나눔책방 운영자를 일컫는 ‘책방지기’인 최 목사는 매달 회원들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책방은 교역자끼리 독후감을 나누고 다양한 ‘독서 정보’를 공유하는 장소가 됐다.

특이한 건 나눔책방의 ‘인기’가 전국 감리교회로 뻗어나갔다는 점이다. 기감의 전국 11개 연회 중 삼남연회와 남부연회를 제외한 9개 연회에 ‘나눔책방’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현재 9개 나눔책방에 가입한 기감 소속 목사와 전도사 등은 1600명이 넘는다. 전국 감리교회 6000여곳에서 사역하는 교역자가 1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나눔책방의 어떤 매력이 이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 최 목사는 30일 전화 인터뷰에서 “교역자들은 책에 굶주린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역자에게 독서는 ‘목회 경쟁력’을 기르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책을 사서 읽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일 때가 많습니다. 책값이 부담돼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이 감리교회에서 나와선 안 된다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한 겁니다.”

나눔책방이 특히 ‘성업’하고 있는 연회로는 서울남연회와 경기연회, 중부연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연회의 나눔책방 가입자는 각각 300명이 넘는다. 경기연회 나눔책방 책방지기를 맡고 있는 김완중(56·용인 목양교회) 목사는 “경기연회의 경우 지난해 454종의 책 1878권을 나눴다”고 전했다.

“한 달에 한 권을 선물하는 게 원칙이지만 누군가 책을 기증하면 수시로 책 나눔 운동이 전개됩니다. 책값과 운송비는 책방지기가 부담하는데,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셔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교역자의 목회역량을 키워주는 데 이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겁니다.”

나눔책방의 활동은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밴드에는 300명 넘는 교역자가 활동하는 ‘스토리뱅크’라는 페이지도 개설돼 있다. 나눔책방 소속 교역자들이 만든 곳으로 가입자들이 목회 정보를 공유하는 장소다. 김 목사는 “책을 읽다가 설교에 활용할 수 있는 예화 등이 담긴 부분을 발췌해 올리거나 양서를 서로 추천하는 페이지”라며 “갈수록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눔책방은 한마디로 책읽기를 좋아하는 교역자들의 ‘느슨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나눔책방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최 목사와 김 목사는 “해외 선교사에게도 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선교사에게 모국어로 된 책은 굉장히 소중합니다. 요즘은 해외배송 시스템이 잘 돼 있는 만큼 어렵지 않게 해외 책 나눔 운동도 전개할 수 있을 겁니다.”(최 목사)

“국가별로도 나눔책방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해외에서 사역하는 이들에게 굉장히 유용할 겁니다.”(김 목사)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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