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광주시민프로축구단] 절망은 차버리고 ‘희망의 골문’ 향해 함께 드리블

입력 2016-05-30 20:23
광주시민프로축구단(광주FC)이 지난해 12월 개최한 ‘희망 축구 클리닉’에서 120여명의 소년소녀가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FC 제공
광주시민프로축구단(광주FC)이 소년소녀가장들의 수호천사가 되고 있다.

광주FC는 2010년 12월 3만9000여명이 참여한 시민주 공모를 통해 출범했다. 창단 이후 ‘급여 1% 나눔’과 ‘희망 축구 클리닉’ ‘희망 드리블’ ‘사랑의 쌀 기부’ 등을 통해 광주지역 소년소녀가장들을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축구단 소속 선수 30여명과 임원진·사무국 직원 10여명 중 희망자들이 급여 1%를 매달 지속적으로 기부해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돕는 게 대표적이다. 자발적 기부를 약속한 이들은 2014년부터 해마다 800여만 원을 급여에서 떼어내 기금을 적립한 뒤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고 있다. 어려운 처지의 아동들을 보호·교육하는 광주 청소년수련원 방과후아카데미 운영기관 ‘마인’ 등이 그 대상이다. 올해는 중앙초등학교 5학년 김모군과 광주중 1학년 김모군, 운남고 2학년 강모군 등 10명에게 각각 4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재정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인데도 광주FC 선수와 임원진·사무국 직원들이 그동안 기부한 금액은 2000여만원에 달한다.

광주FC 정원주(중흥건설 사장) 대표이사는 “지난해 3년 만에 1부 리그에 진입한 광주FC의 저력을 토대로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단순 기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년소녀가장과 선수·임원진이 자주 만나 친분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FC는 축구를 통해 소년소녀가장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데도 열심이다. 김호남 공격수 등 광주FC 선수와 임원진은 지난해 12월 상무공원로 풋살경기장에서 ‘희망 축구 클리닉’ 행사를 가졌다. 전국소년소녀가장돕기시민연합을 통해 행사에 초대된 소년소녀가장 120여명은 선수들과 함께 잔디구장에서 ‘킥’ ‘드리블’ ‘패스’ 등 훈련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땀 흘리는 운동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연 소년소녀가장들은 선수들로부터 직접 ‘사인볼’도 선물 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배모(광주남초6)군은 “넓은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뛰다보니 가슴이 뻥 뚫렸다”며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즐거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평소 축구경기를 관람할 기회가 드문 차상위계층 이하의 초·중·고생 10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희망 드리블’ 행사를 개최했다. 학생들은 ‘월드컵 4강 신화’의 현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 응원가를 목청껏 따라 부르며 선수들과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고 식사도 함께 했다.

‘사회적 약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구단’을 목표로 설정한 광주FC는 지난 3월 사랑의 쌀 200㎏을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전달했다. 패밀리레스토랑 VIPS 광천점 등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한 ‘나눔 데이’ 행사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선수 사인회와 마술쇼, 기념품 제공 등을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삶의 활력소를 나눠주자는 취지다. 해마다 3월 프로축구 개막전 등에 소년소녀가장들을 대거 초청해 경기 관람의 기회를 주는 것도 전통으로 굳어지고 있다. 광주FC 최수용 사무국장은 “소외되기 쉬운 소년소녀가장들이 광주FC와 함께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