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이란 황금시장, 자칫 ‘대탐대실’

입력 2016-05-30 20:46 수정 2016-05-31 18:01
한국의 태극기와 이란 국기 '알라아카바'기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지난 2일 현지 거리에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두 나라는 1962년 수교를 맺었고 77년 서울과 테헤란의 도심 주요 도로에 각각 테헤란로와 서울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뉴시스
“이란, 러시아와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 논의”

“이란, 한국과 파이프라인 건설 거래”

“인도, 이란 남동부의 이란 철도 건설에 자금 조달”

이란은 건설 중이다. 이란 매체 테헤란타임스는 지난 23일 경제제재 해제로 이란의 건설산업 성장률을 당초 3.2%에서 4.5%로 올려 잡았다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의 자회사 BMI리서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BMI에 따르면 이란의 건설산업은 향후 5년간 연평균 6.1%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제재 해제로 이란의 위험도가 낮아지면서 해외에서 고속도로, 철도 등 인프라 건설에 자금을 조달한 데 따른 것이다. BMI의 프로젝트 수행 위험도를 나타내는 PRI(Project Risk Index)는 82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던 18.8점에서 34점으로 올라갔다.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 황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가 이란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저항경제가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산업대국=한국수출입은행과 주이란 한국대사관이 내놓은 ‘이란의 주요 산업 현황과 우리 기업의 진출 방안’ 보고서를 보면 이란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2014년 기준 세계 4위 원유 확인매장량과 세계 1위 천연가스 확인매장량을 보유했음에도 중동 제1의 자동차 생산국인 동시에 중동 지역에서 가장 발달한 제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유엔 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중동 주요 산유국 중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의존도 비중 역시 이란이 71%로 가장 낮다. 산업 분야별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비중은 27.9%다. 서비스업이 46.9%로 가장 많다.

이는 이란 정부가 오일머니를 활용한 산업 기반 다각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민간 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영기업 민영화를 통한 경제의 민간 이양에도 나섰다. 현재 이란 산업의 약 70%가 정부 소유 또는 국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이란 정부는 경제제재 해제를 앞두고 제6차 5개년 경제사회개발계획(2016∼2021)을 발표했다. 연평균 8%의 경제성장률, 외국 자본의 유치, 국가개발기금(NDF) 확충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경제 분야는 산업 발전과 관련 전략산업 중점 발전, 수송 인프라 확충, 정보통신 현대화 등 3가지 목표를 달성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원유 수출 증대,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증대와 해외 동결자산 유입 등으로 실행 동력이 확보됨에 따라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 조달에 기술 이전까지 요구=이란 시장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국가 간 기업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란의 요구 조건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보호장치는 미흡한 상태라 기업들이 무턱대고 이란 시장에 진출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이란 정부는 제재 해제 이후 외국인 투자 유치에서 투자자의 자체 자금 조달과 고급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이란은 전체 사업비의 15%만 제공하고 나머지 85%는 우리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조달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은 총 사업비의 50%를 자국 건설업체의 설비나 인력을 활용하는 데 쓰도록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협약은 수은 등 수출신용기관(ECA)에 현지 업체에 들이는 사업비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비에 대해서만 최대 115%의 대출·보증을 허용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자금 중 일부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 이유다.

이란의 저항경제 체제도 진입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이란 정부는 서방의 경제제재에서 생존하기 위해 경제 자립화 노력을 강화했다. 석유 의존형 경제 체질을 바꾸고 자급자족형 경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수입 완제품에는 고관세를 물렸고, 완제품을 판매하려면 외국 기업이 이란에 생산 기반을 구축하도록 했다.

산업별로 이란 시장의 환경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이란의 건설업은 투자 제도가 미흡한 데다 노동시장 경쟁력이 낮다. 투자자에 대한 보호 제도가 미흡해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에 입찰하더라도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건축 기준은 명확하지 않고 정부의 적절한 제재 조치나 감독 시스템도 없어 건축법이 무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노동집약적 산업인 만큼 최저임금과 노동 관련 세율이 높은 이란의 노동시장 환경도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 현지 노동력은 경험이나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훈련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보고서는 경제제재 기간에 고용 기회의 결핍으로 현지 숙련공 인력이 해외로 유출됐다고 지적했다.

통신산업은 인터넷 통제를 두고 이란 정치권 내부에서 이어지고 있는 의견대립에 신경써야 한다. 이란은 2014년 초부터 중국의 도움을 얻어 인터넷 콘텐츠를 검열하고 필터링하는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 중이다. 또 지난해 1월엔 인터넷 기반 음성통화 애플리케이션과 메신저 앱의 이란 내 사용 금지를 정부가 명령하기도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