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현대상선·한진해운 합병’ 시사

입력 2016-05-30 04:00
국적 해운사는 2개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해양수산부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9부 능선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다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인지 주목된다.

29일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는 “국적 해운사가 1개인지, 2개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물동량”이라고 말했다. 해운사 경쟁 체제보다 물동량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4개였던 글로벌 얼라이언스(해운연합체)가 3개로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엔 전 세계 물동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2M을 제외하고 3개 얼라이언스가 나머지 70%의 점유율을 나눠 가졌다. 현대상선이 속한 G6, 한진해운이 포함된 CKYHE와 오션3다. 이들 3개 동맹이 오션과 디얼라이언스 2개 체제로 재편되면서 2M과 비슷한 수준의 물동량을 갖게 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차피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은 2M이나 오션에 들어가지 못하고 디얼라이언스에 (함께) 들어갈 것”이라며 “국적 해운사가 1개든 2개든 물동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최근까지도 국적 해운사는 2개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국적 해운사가 2개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며 합병 의지를 드러내자 해수부 김영석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얼라이언스 재편과 해운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해외 해운사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합병을 진행해 왔다. 프랑스의 CMA-CGM과 싱가포르 APL, 중국의 CSCL과 COSCO가 하나로 합쳤다. 글로벌 얼라이언스 재편도 해운사 합병의 결과다.

금융 당국과 채권단도 여전히 양대 해운사의 합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금융권에선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은행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양사의 최대주주가 되면 합병론이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어느 한쪽이 자율협약에 실패해 법정관리로 가는 상황이 되면 검토할 수 있다”며 “우선은 용선료 협상과 채권 조정, 해운동맹 재가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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