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54조원 손실 추정… 주식 늘린 日 공적연금 ‘불안’

입력 2016-05-29 19:42 수정 2016-05-29 19:52

운용자산 총 140조엔(약 1430조원)으로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GPIF 우려는 자산운용 전략 변화에서 비롯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권한 이듬해인 2013년부터 GPIF는 안전성이 높은 채권의 비중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고수익-고위험’ 자산인 주식투자 비중을 높였다. 특히 2014년 10월부터 70%에 이르던 채권 투자비중을 40%로 낮추고 주식투자 비중을 25%에서 45%로 급격히 높였다. 외화자산 비중도 늘렸다.

이후 3분기 동안 일본 증시 상승과 맞물려 수익은 급등했다.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총수익률은 12.2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베팅이 성공하는 듯했다.

GPIF가 채권 비중을 급격히 줄인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푸는 양적완화(QE)에 돌입함에 따라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했다. 물가가 오르면 채권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어 주식투자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 이후 일본은 물론 해외 증시의 강세가 멈췄다. 엔화 강세도 이어져 해외 투자자산 가치도 떨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GPIF가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5조엔(약 54조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 확정 발표되지 않았지만 여론은 들끓고 있다. 아베 총리도 최근 공적연금은 단기수익보다 장기 투자 결과가 중요하다며 GPIF 지원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노후 자금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일본 국민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8일(현지시간) 일본 정부의 간섭이 오히려 연금 운용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