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당 대회 이후 대화 공세를 이어가던 북한이 지난 주말 북한 어선과 단속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이후 강경한 대응을 쏟아냈다. 남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북한의 의도적 군사긴장 조성에 대해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7일 최고사령부 중대보도를 통해 NLL 침범이 남측의 도발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더니 28일 인민군 총참모부 통첩장에서도 “경고 없는 조준사격”까지 거론하며 협박했다. 그간 ‘남측이 대화를 거부했다’고 명분을 쌓아온 북한은 꽃게잡이철인 6월을 맞아 본격적인 긴장 고조에 나설 태세다.
이는 당 대회 이후 북한이 ‘군사회담’ 카드를 꺼냈을 때부터 예견된 행보에 가깝다. 현재 북한이 국면전환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사실상 유일한 길은 남북 간 이벤트를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다. 어떻게든 ‘판’을 키워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균열과 북미 대화 혹은 다자회담을 동시에 모색하려 한다.
우리 정부는 단호한 무대응을 견지하고 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변화된 입장이 없다면 ‘대화도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아프리카 우간다 방문 중에도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이탈로 북한은 어려움을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시점에 핵을 포기하도록 해야지 흐지부지 가게 하지 않겠다”고 이 같은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에 29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우리 정부의 비핵화 우선 조치에 대해 “무책임하고 경솔한 처사”라고 비난하며 “대화 의지를 똑바로 보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뻔한 양면전술이지만 정부 입장에선 마냥 방치하기 난감하다. 북한이 국지도발 등 본격적인 충돌 상황을 조장하고, 정말 ‘사고 처리’ 때문에 억지로 테이블에 앉게 될 경우 우리로선 득보다 실이 커 보인다.
국제사회의 효과적인 대북 압박 공조에도 혼선이 우려된다. 제재와 대화를 동시에 강조해 온 중국이 남북 간 충돌 국면에서 입김을 강화하면 우리의 주도권은 흔들린다. 대선 국면을 맞은 미국 역시 차기 정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북·미 대화를 바라보기 시작한 만큼 내심 남북 정세의 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도 있다.
때문에 우발적 충돌 방지와 비상시 채널 복구 등을 위한 최소한의 실무 접촉으로 미리 북한의 대남 공세 ‘숨을 죽이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당면한 목표가 북한 체제 붕괴가 아니라 비핵화인 이상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창구를 정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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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며칠 만에 “보복”… 북한, 널뛰는 對南 공세
입력 2016-05-29 18:05 수정 2016-05-29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