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경험·지식 공유 ‘창의력’ 북돋운다

입력 2016-05-30 04:00
LG전자 직원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지식강연무대인 ‘이그나이트 LG’에서 가상현실로 자전거 타기를 직접 시연해 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여기 혹시 휴가 기간에 히말라야에 다녀오신 분 계십니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김밀한(29) LG전자 연구원이 ‘씨익’ 웃었다. “20여개국을 여행한 저도 힘든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10일만 휴가를 내면 여러분도 히말라야를 정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전자 소속 직원 100여명이 김 연구원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무작정 네팔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고,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고산병으로 고생하다 결국 5555m를 정복했을 당시 김씨가 느꼈던 성취감을 함께 나눈 이들은 박수로 응원했다. 이후 ‘나도 도전해 보겠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이그나이트 LG’라는 행사를 열고 있다. ‘점화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인 ‘이그나이트’는 지식강연인 ‘테드(TED)’와 흡사한 지식 나눔의 장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 창의력을 북돋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올해도 김 연구원을 비롯한 10명의 직원이 자신의 경험과 평소 느낀 점, 함께 나누고픈 생각을 가지고 무대에 올랐다.

류가영(27·여) 글로벌생산부문 연구원은 “신입사원은 위대하다”는 말로 기선을 잡았다. 류 연구원은 6년 전 백화점에서 의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거울도, 창고도 없는 통로 쪽이었다. 옷 파는 일은 처음이라 당황한 류 연구원은 일단 거울을 구해왔다. 또 세일 기간인 걸 알리기 위해 가격표도 다시 붙였다. 사실 통로는 보행을 위한 구역이라 거울을 두지 않고, 세일 전 정상가를 가리는 건 백화점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신입사원 패기로 불문율을 뛰어넘자 첫날 매출이 50% 넘게 늘어났다. 류 연구원은 “백지 상태의 엉뚱한 생각이 가끔은 전략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자원 봉사의 기쁨을 나누는 직원과 함께 직접 자전거를 들고 나와 ‘가상현실에서 자전거 타는 법’을 시연한 참가자도 있었다.

LG전자는 2013년 11월 ‘LG오픈톡스’라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3명의 임직원이 다양한 시장선도 혁신 경험 및 노하우를 15분간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사내에 공유하는 것이다. CTO(최고기술책임자) 부문 소속 연구원들이 낸 기술, 제품, 서비스 아이디어에 5개월의 개발기간과 개발비 1000만원을 지원해 아이디어 원안자가 직접 시제품을 만들고, 사업화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 발전소’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2013년부터 사내벤처 ‘C랩’을 열었고, 지난 3월에는 ‘스타트업 삼성’을 선포하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 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를 내건 것이다.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호칭을 통일하는 등의 방안도 포함된다.

전자업계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사내 벤처와 아이디어, 젊은 감각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금과 같은 경직된 조직문화에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과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는 시장 선도가 어렵다”며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스마트 자동차 등 신사업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쇄신과 혁신의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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