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낙태 피해 한센인 국가소송… 재판부, 소록도 찾아 특별재판

입력 2016-05-29 18:15 수정 2016-05-29 18:29
법원이 강제 단종(斷種)·낙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한센인(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의 실태 파악을 위해 국립소록도병원을 찾는다. 한센인들이 원고로서 법정에 출석한 적은 있지만, 거꾸로 재판부가 이들을 찾아가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고법 민사3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한센인 피해자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심리하며 다음 달 20일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특별기일’을 열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센인 원고 2명과 거주 한센인 1명의 피해 사실을 청취하고, 수술대와 인체해부대 등 옛 병원 시설을 현장 검증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소록도에서 43년간 한센인들을 돌봤던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를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도 추진한다. 마리안느 수녀는 2005년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가 지난 17일 소록도병원 100주년을 맞아 방한해 소록도에 머물고 있다.

과거 나병(癩病)으로 불린 한센병은 ‘전염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며 감금과 통제의 대상이 됐다. 한센인 500여명은 “강제 단종·낙태 수술 등을 강요당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총 5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법원은 모두 “국가는 단종 피해자에게 3000만원을, 낙태 피해자에게 4000만원을 배상하라”며 한센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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