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의 각하 판결은 동성결혼 법리논쟁을 상당부분 균형감 있게 정리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 국민들의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조광수씨의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에서 각하 결정을 받아낸 조영길(51)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변호사는 2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이번 판결에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법원이 아닌 국회의 권한에 속한다는 점, 동성결혼 불허가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는 점, 자유에도 일정한 제한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동성결혼을 합법화 해달라는 국내 최초의 소송으로 재판부는 헌법상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를 유지했다”면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등 국제적 흐름과 별도로 국내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하려면 새로운 입법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사법부의 권한 밖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1남1녀의 결혼과 동성결혼에는 차이가 있으며,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만으로 보고 동성결혼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자유에는 제한이 따르며 근친혼이나 중혼(重婚) 금지 같은 제한뿐만 아니라 도덕적·풍속적으로 내재돼 있거나 전제돼 있는 제한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그러나 이번 판결에 일부 우려되는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부는 동성결혼을 허용해도 결혼제도가 완전히 붕괴되거나 전통이 침해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특히 ‘동성결혼을 원하는 신청인들의 처한 상황이 안타깝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 동성결혼의 법적 보호 필요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놨기 때문에 의식 있는 법·의학·사회·심리·신학자들의 동성결혼 반대 논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0여명의 변호사 군단을 앞세워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에 나선 김씨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서울 서대문구청을 위한 무료변론에 뛰어든 조 변호사는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용기 있는 반대가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 변호사는 “이번 각하 결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수십만명이 탄원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갖는 등 단호한 의견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재판부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판결문에서 ‘수많은 논쟁’ ‘신중한 의견수렴·토론’ 등의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조영길 변호사 “동성결혼 반대 수십만명 탄원이 변론에 힘”
입력 2016-05-29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