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보행자를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면 운전자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예측이 어려울 경우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7단독 양성욱 판사는 자동차전용도로의 중앙분리대를 넘어 길을 건너던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로 기소된 김모(4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새벽 1시30분쯤 광주 무진대로 상무교차로 방향에서 무안 방향 편도8차로 중 1차로를 운전하다가 무단횡단하는 이모(31)씨를 치었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증 외상성 뇌손상 등으로 숨졌다.
양 판사는 “사고지점을 보면 중앙분리대를 넘어 무단횡단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기 어려웠다”며 “사고시간 역시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으로 이씨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양 판사는 또 “김씨가 과속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고 정상 운전을 하고 있었다”며 “전방주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도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의 한 도로에서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에게 지난 23일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흐린 날씨 속에서 무단횡단을 예상하기 어려웠고 제한속도를 준수한 점 등을 들어 운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광주지법은 지난해 11월 새벽에 9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한 70대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무단횡단이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이라며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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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 사망 교통사고 운전자 잇단 무죄 판결… 법원 “사고 예측 어려울 땐 과실 인정 안돼”
입력 2016-05-30 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