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만범(順風滿帆). 민선 5·6기 서울 송파구청장으로서 지난 6년여 시간을 돌아봤을 때 든 생각이다. 순풍에 돛 단 배가 순항하듯 ‘대한민국 대표 행복도시’를 꿈꾸며 송파 구석구석을 챙겼더니 여러 구정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 결과 감사하게도 송파구는 국제상을 많이 받았다.
지난 2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16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즈’ 시상식에서 송파구는 3개 부문을 동시 수상했다. 스티비 어워즈는 비즈니스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린다. 아시아·태평양 22개국 기업·단체·공공기관의 경영업적 등을 평가해 시상하는 국제적인 상으로 송파구는 우리나라 자치구 중 유일하게 ‘출판물 혁신’ ‘서비스산업 혁신’ ‘이벤트활용 혁신’ 3개 부문에서 금상 2, 은상 1개를 받았다. 이번 상은 지역주민과의 소통·아이디어·열정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시골 깡촌에서 태어나 여장부 기질이 있었던 나는 어른들로부터 ‘제2의 박순천이 되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여느 여인들처럼 나이가 들어 혼인해 두 아이를 낳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결국 아이들만 데리고 서울로 올라와 한 대학가 앞에서 분식집을 차리고 생계를 이어갔다. 고된 일상 가운데서도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해 결국 아이들을 아빠에게 보내고 몇 날 며칠을 울며 지냈다.
그때 하나님은 새로운 소망을 선물로 주셨다. 뒤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도전해 10년 만에 합격한 ‘9전10기 변호사’로 6년을 일했다. 그리고 또 다시 찾아온 기회. 송파구청장 선거전에 뛰어들었고 행정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송파구청장에 취임했다. 처음 6개월은 힘든 적응 기간을 보냈다. 공무원 조직에 들어와 보니 굉장히 폐쇄적이란 것을 알게 됐다. 딱 부러지는 말투, 깍듯하게 인사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때 찾아낸 해결책이 소통이었다. 송파구 직원 1400여명과 돌아가면서 식사했다. 이 같은 ‘밥상머리 소통’으로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세세한 것들까지 얻게 됐다. ‘대한민국 대표 행복도시 송파’는 그렇게 시작됐다.
예수님만큼 소통에 능한 분이 또 계실까. 예수님은 어린아이와 눈높이 맞춤 대화를 하셨다. 간음한 여인을 비롯한 낮고 천한 이들까지 친구로 삼으셨다. 소통하고 공감하지 않고는 이들을 품을 수 없다. 성경도 죄인인 우리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부드러운 언어로 설명한 하나님의 소통 편지라고 하지 않는가. 예수님을 닮고 싶다.
오늘도 출근길에 묵상기도를 드렸다. 구민 모두 행복하게 해달라고. 직원들 모두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개인적으론 하나님께 복의 근원이 될 수 있도록 간구했다.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복을 나눠주고, 나 또한 그들에게 복을 나누길 원한다. 그렇게 서로 축복하면서 만나고 소통해야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비로소 하나 돼 일할 수 있다. 내가 순간순간 기도드리는 이유이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약력=△1954년 경남 산청 출생 △부산대 의류학과·행정대학원 졸업 △건국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2002년 사법시험 합격(44회) △2003∼2005년 사법연수원 자치회장(34기) △바른선거시민모임 법률자문위원, 한나라당 지방선거 클린공천감시단 위원 등 역임 △현 서울 송파구청장, 새벽교회 권사.
[역경의 열매] 박춘희 <1> 행정 경험 없는 구청장… ‘밥상머리 소통’으로 돌파
입력 2016-05-29 21:12 수정 2016-05-31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