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운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한 주가 시작됐다. 법정관리 기로에 서 있는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과 채무 재조정에 성공한다면 극적인 반전이 가능하지만 실패한다면 한진해운까지 향후 일정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현대상선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이어가기 위한 핵심 조건인 용선료 인하는 이르면 30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31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둔 이날을 사실상 데드라인으로 삼고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해 왔다.
교착 상태에 놓였던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최근 진전을 보이면서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영국계 컨테이너선주 조디악이 지난주에 현대상선이 제시한 용선료 인하 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컨테이너선주에 성패가 달려 있다. 컨테이너선주에 지급하는 용선료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는다. 조디악과 협상이 타결되면 나머지 선주 및 벌크선주들과도 긍정적인 협상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어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공모 회사채 채무 재조정에 성공해야 한다. 관련된 회사채 규모는 8043억원이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경우 개인 비중이 높아 현대상선은 사채권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현대상선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전제 조건으로 684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의결했다. 채권단 출자전환이 집행되면 현대상선 부채비율은 400% 이하로 떨어진다. 게다가 이달 말에는 9000억원 규모 현대증권 매각대금도 들어올 예정이어서 당분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음 달 2일에는 현대상선을 포함한 해운동맹 G6 소속사들이 서울에서 회의를 가진다. 실무진이 모여 해운동맹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현대상선은 개별사들과 접촉하며 ‘디얼라이언스’ 합류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얼라이언스는 G6 소속사들이 주축이 돼서 결성한 제3의 해운동맹으로 한진해운은 이름을 올렸지만 현대상선은 일단 배제됐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진해운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인 선주 일부는 현대상선과 겹친다. 또 같은 한국 국적의 선사라는 이유로 현대상선의 협상 결과는 한진해운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상황이 현대상선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선주 시스팬이 137억원의 용선료 연체 사실을 밝히면서 한진해운의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다가 용선료 체납을 참다못한 외국 선주가 한진해운의 벌크선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억류했다가 28일 풀어주기도 했다. 이에 용선료 인하 협상 중인 선주들이 한진해운의 정상화 전망에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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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운업 운명, 이번 주 결판 난다
입력 2016-05-29 18:16 수정 2016-05-29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