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감사한 안진·삼일·한영 회계법인 강력 제재해야

입력 2016-05-29 19:06
조선·해운업체가 존폐 기로에 선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무능한 대주주와 경영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노조 이기주의, 정부와 채권단의 안이한 판단과 잘못된 처방, 정치인의 무분별한 개입도 부실기업 양산에 한몫했다. 부실화 논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와 회계사의 도덕적 해이다. 외부감사인으로 활동하는 회계법인은 부실기업을 가려내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 ‘자본시장 파수꾼’인 회계법인이 사전 경보를 발령하지 않으면 자본시장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이 자본시장을 혼탁하게 한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안진회계법인의 감사 결과다. 안진은 골병이 들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적정’ 의견을 남발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3월 ‘추정 오류’를 범했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발생한 것으로 발표된 대우조선해양의 적자 5조5000억원 가운데 상당한 금액을 2013∼2014년 손실로 뒤늦게 반영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계속 존속 여부도 ‘불투명’으로 수정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3월 현대상선, 한영회계법인은 지난 4월 한진해운에 대해 각각 ‘존속 가능’이라고 판단했다. 두 회계법인이 발표한 감사보고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선주들과 힘겹게 용선료 협상을 벌이며 절체절명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안진·삼일·한영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에 정부와 채권단이 놀아났음은 물론이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는 선의의 투자자들이 수없이 생겨났다. 감사하면서 얻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회계사들도 잇따라 적발됐다.

그런데도 지탄의 대상이 된 회계법인이나 회계사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 감사 업무 제한, 회계법인과 회계사의 직무정지, 과징금 부과, 일부 구속, 대다수 불구속 등의 조치와 처벌이 취해질 뿐이다. 이런 낮은 수위로는 만연한 부실 감사와 비리를 막을 수 없다. 적발된 회계법인은 문을 닫게 하고 회계사는 업계에서 추방하겠다는 각오로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금융 당국이 나서지 않으면 시민단체가 해당 회계법인과 회계사를 검찰에 고발해 수사를 받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