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쇼월터 감독 마음 흔들었나

입력 2016-05-29 18:58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사진)는 노포크 타이즈(볼티모어 산하의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로 가는 것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볼티모어 벅 쇼월터(60) 감독이 이번 시즌 개막 전 내뱉었던 말이다. 그는 김현수의 25인 로스터 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남았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김현수는 들쭉날쭉 경기에 출전했다.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외야 포지션에는 경쟁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김현수는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4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했다. 김현수가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쇼월터 감독의 태도도 바뀌었다. 김현수에게 주전 좌익수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김현수는 29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경기에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나섰다. 지난 26일부터 이어진 4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었다. 김현수는 선발로 나서기 시작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2경기에서 7타수 5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쇼월터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친 김현수를 또 출전시켰다. 김현수는 이에 안타로 보답했다.

김현수는 이날 팀이 2-8로 뒤진 7회 무사 2루 상황에서 상대투수 토미 헌터의 초구 패스트볼을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시속 95마일의 빠른 공에도 김현수의 스윙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김현수는 최근 선발로 출전한 4경기에서 15타수 6안타로 4할 타율을 찍었다. 시즌 타율은 0.386로 떨어졌지만 타격 실력을 충분히 입증한 셈이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지역 언론 볼티모어 선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됐다”며 “타석에서는 여전히 많은 생각이 들지만 전보다 편안하다. 앞으로도 마음의 여유를 갖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쇼월터 감독은 이날 “김현수가 최근 출장 시간을 늘리면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4할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를 어떻게 라인업에서 빼겠는가. 타석이나 안타 수가 중요한 건 아니다. 열린 마음으로 지켜보며 기다릴 것”이라며 출전 기회를 지속적으로 부여할 것임을 암시했다.

김현수는 최근 포지션 경쟁자인 조이 리카드가 부진한 틈을 타 선발을 꿰찼다. 하지만 완전히 주전 자리를 차지한 건 아니다.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쇼월터 감독도 마음을 바꿨다. 이제 모든 것은 김현수의 손에 달려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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