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중요한 관심사다. 트럼프 후보는 예상과 달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지만 트럼프의 상승세가 뚜렷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클럽이나 거리에서 막말을 쏟아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담론을 지배한다. 불만의 목소리를 찾아내고 그들과 공감대를 넓혀 나간다. 지지자들은 1970∼80년대 세계화 정책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다고 불평한다. 굴뚝산업이 해외로 빠져 나간 자리에 정보통신(IT)산업이 들어왔지만 일자리는 화이트칼라의 몫이라고 지적한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후보의 지배담론은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한 문제 등으로 요약된다.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한국은 부강한 나라다…주한미군 2만8000여명이 사실상 공짜로 한국을 방어해 주고 있다…한국은 미군의 공짜 방어로 부를 축적해 왔다. 한국의 분담 비용은 푼돈에 불과하다…분담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한·미 FTA에 대해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한·미 FTA 등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재협상 또는 폐기할 방침”이라고 말한다. 트럼프의 외교책사인 왈리드 파레스는 “트럼프는 모든 협정에 대해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테이블 위를 완전히 비워 놓고 협상을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한다. 북한 문제에 대해 “김정은은 미치광이다…그러나 누구와도 직접 협상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북한에 가서 김정은을 만나지는 않겠다…북한 정권이 계속 공격적으로 나오면 협상할 필요가 없다. 먼저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레스는 보다 구체적으로 대북 접근 4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는 한·미 관계 재정립을 통해 동맹관계를 견고히 하고, 2단계는 역내 한·미·일 동맹관계 재설정을 통해 방위태세 구축 등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3단계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압박으로 북한 변화를 유도하고, 4단계는 북한이 계속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면 미국과 동맹들이 직접 북한에 압박을 가한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후보의 대외관계 발언은 좌충우돌하는 느낌을 준다. 해외 군사적 개입을 자제하겠다고 하면서도 국방력 강화를 주장한다. 북핵불용을 외치면서도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 핵무장 용인 필요성을 언급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겠다고 하면서도 북한에는 가지 않겠다고 한다.
트럼프 후보의 좌충우돌 속에는 일관된 단계적 접근법이 담겨 있다. 미국의 국익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동맹과 우방이고, 마지막이 국제안보를 다룬다는 것이다. 트럼프 현상은 기존 정치에 대한 미국민들의 불신과 좌절감이 내포돼 있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경제적 불균형·불평등 심화, 지나친 개입에 따른 세계경찰 역할의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리는 미국인들의 정서가 담긴 트럼프 후보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방위비 분담비는 독일과 일본의 미군 주둔과 비교해서 설명해야 한다. 비용이 적으면 인상해야 하고 과하면 줄여야 한다. 분담비를 과다 요구하면 주한미군 규모 재조정과 전작권 조기 전환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은 여론정치이다. 언론과 학계, 의회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철저한 대비가 종미주의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반도포커스-양무진] 트럼프의 對韓정책에 대비하자
입력 2016-05-29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