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이어’ 사나이 지단, 선수·코치·감독으로 3번 입맞춤

입력 2016-05-30 04:00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감독(오른쪽)이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승리를 확정지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포옹하며 웃고 있다. AP뉴시스
지단 감독이 '빅 이어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들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마드리드)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연장전까지 치렀지만 1대 1의 균형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어진 승부차기. 레알 마드리드는 5대 3으로 승리했다. 통산 11번째 우승이었다.

선수로서, 코치로서, 감독으로서 3차례나 ‘빅 이어(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에 입을 맞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지네딘 지단(44)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었다.

지단은 2001년 8월 유벤투스 FC(이탈리아)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당시 델 보스케 감독이 이끌던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수집하는 ‘갈락티코(은하수)’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정책의 핵심이 바로 지단이었다. 지단은 루이스 피구, 호나우두 등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지단은 2001-2002 시즌 처음으로 빅 이어를 거머쥐었다. 2002년 5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햄프덴 파크에서 열린 바이엘 레버쿠젠(독일)과의 결승전에서 지단은 1-1로 맞서 있던 전반 종료 직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카를로스의 높은 크로스를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터뜨렸다.

지단은 2006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은퇴했다.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고문, 단장, 유소년팀 감독을 거치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2013년 7월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팀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수석코치로 합류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4년 5월 포르투갈 리스본의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AT. 마드리드를 4대 1로 꺾고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지단은 안첼로티 감독을 보좌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후 지단은 레알 카스티야(2군) 코치와 감독을 지내면서 지도자 준비를 착실하게 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떠난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후임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스타 선수들을 이끌고 각종 대회에 나선 지단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감독으로 살아가는 건 선수 시절과 비교할 게 못 되더라. 훨씬 고통스럽다. 감독이 되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와 직면한다. 감독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가 2015-2016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동료들과의 불화설에 휘말렸고, 이적설이 불거졌다. 그러나 지단이 감독으로 부임하자 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최고의 축구 영웅이었던 지단을 보고 자란 선수들은 그의 지휘를 고분고분 잘 따랐다. 지단은 호날두, 루카 모드리치 등 선수들과 면담하며 그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였고, 선수들은 지단을 믿고 따르게 됐다.

지단은 뛰어난 지략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공수를 안정시켰다. 지난 시즌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레알 마드리드는 지단 체제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 잘하는 팀으로 변신했다. 그 결과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선 2위에 그쳤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정상에 올랐다.

지단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유구한 전통을 가진 위대한 팀”이라며 “이런 클럽의 일원인 것이 행복하고 정말로 자랑스럽다. 모든 것이 나 혼자가 아닌 선수단과 함께 달성한 업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승부차기 5번째 키커로 나와 우승을 결정한 호날두에 대해 “끝까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 줬고, 결국 레알 마드리드에 우승을 안겼다. 언제나 팀에 많은 도움을 주는 존재다”고 칭찬했다.

호날두는 “11번째 우승은 매우 특별하다”며 “마지막 골을 넣고 싶어 지단 감독에게 5번째 키커로 내보내 달라고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16골(4도움)을 넣은 호날두는 득점왕 4연패를 달성,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그는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 35골을 포함해 총 51골을 넣었으니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