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문태국 “콩쿠르, 수상도 기쁘지만 준비하며 더 많이 배워요”

입력 2016-05-29 20:12
첼리스트 문태국이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6월 예정된 피아니스트 문지영과의 첫 호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종학 기자

첼로에 관심 있다면 문태국(22)은 꼭 기억해야할 이름이다. 최근 10여 년간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해외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 소식을 전해왔지만, 바이올린 피아노와 함께 ‘빅3’ 악기로 불리는 첼로에선 유독 스타가 배출되지 못했다. 문태국은 201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단번에 이 분야 기대주로 떠올랐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재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졸업반인 그는 지난해부터 한국 연주 기회가 부쩍 늘어났다. 지난해 교향악축제에서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올해 서울 스프링 실내악축제에 참가했다. 오는 6월 15일에는 지난해 부조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문지영(21)과 LG아트센터에서 듀오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문태국은 “카잘스 콩쿠르 우승 전까진 연주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연주자보다는 학생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관객들이 나를 학생이 아닌 연주자로 보기 때문에 부담감과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 밝혔다.

그와 문지영의 듀오는 공연기획사 크레디아가 주최하는 디토 페스티벌의 뉴 페이스 등용문 ‘디토 프렌즈’로 기획됐다. 두 사람은 이번에 처음 협연하지만 각각의 스승인 로렌스 레서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와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친분 때문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문지영과 처음 호흡을 맞추긴 하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된다. 공연 프로그램을 정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데다 또래끼리 연주하기 때문에 편안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와 클라리넷을 전공한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세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네살 때 첼로를 잡았다. 특히 어머니는 어린 시절 그의 연습을 돕거나 음악적 방향을 이끄는 등 연주자로서 기초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부모님이 지금까지 많은 희생을 하셨다. 또 주변의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주셨다”고 고마움을 피력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1697년산 지오반니 그란치노 첼로를 사용하게 된 그는 “콩쿠르 우승이 내겐 좀더 좋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는 채찍질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출전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카잘스 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부다페스트 스프링 페스티벌 등에 초청받는 등 해외 연주가 늘고 있지만 국제무대에 이름을 확실히 알리고 연주 기회를 좀더 얻고 싶어서다.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꼽히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내년 첼로 부문을 신설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첼리스트로서 성장을 위해 콩쿠르에 참가한다”는 그는 “콩쿠르에서 큰 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큰 공부가 된다”고 밝혔다.

그의 롤모델은 클래식부터 월드뮤직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장르를 소화하는 첼리스트 요요마다. 하지만 요즘 그는 클래식 분야에 깊이 몰두하고 있다. “레퍼토리를 많이 늘리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지금은 하나의 작품을 끝까지 파고들어 나와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