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돈으로 최대 가치 창출… 글로벌 새 트렌드 ‘간소한 혁신’

입력 2016-05-27 19:33 수정 2016-05-27 19:39
인도의 도예가 만수크 프라자파티는 2001년 전기 없이 작동하는 점토 냉장고 미티쿨(Mittikool)을 개발했다. 윗부분에 물을 부으면 물이 벽면을 흐르며 증발하는 구조다. 최대 섭씨 8도까지 낮출 수 있고, 가격은 50달러에 불과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그를 혁신적 벤처기업가로 조명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학생 제인 첸 등은 2008년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조산아들을 위해 전기 충전식 인큐베이터 ‘임브레이스 워머(Embrace Infant Warmer)’를 개발했다. 가격은 기존 인큐베이터(2만 달러)의 1000분의1 수준인 25달러다.

영국 캠프리지대 나비 라드주 교수는 이런 아이디어 제품들을 ‘간소한 혁신(Frugal Innova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자원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을 뜻한다. 2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김예구 연구위원은 ‘간소한 혁신과 금융업 대응’ 보고서에서 “기존 연구·개발(R&D)의 한계 등으로 간소한 혁신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간소한 혁신은 핵심 기능을 갖춘 저렴한 제품 등의 제공에 목적을 둔다. 인도의 타타 모터스는 2009년 알루미늄 엔진 자동차를 개발했다. 가격은 2000달러 정도라 스쿠터를 대체할 수 있었다. 미국 테슬라 모터스 엘론 머스크 회장은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고 노트북에 사용되는 범용 배터리를 병렬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간소한 혁신에는 고객 소통이 중요하다. 중국 샤오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제품 개발에 고객 의견을 즉각 반영한다. 이런 충성고객 집단은 미펀(Mi Fen·米粉)이라고 불린다. 지난달 6일 열린 샤오미 고객 페스티벌에는 미펀 4700만명이 모였다.

P2P 대출 등 각종 핀테크(fintech) 기술의 등장으로 금융권도 이런 간소화 혁신에 주목한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잔돈이 남는 걸 불편해하는 고객들을 위해 잔돈 자동 저축 상품을 개발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저렴한 자산 관리도 간소한 혁신 사례로 꼽힌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들도 고객과 핀테크 기업들을 혁신 파트너로 삼아야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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