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1억명이 넘지 않는 나라는 국제무대에서 큰소리를 낼 수 없다. 삼민주의로 유명한 쑨원(孫文)이 한 말인데,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서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온갖 골치를 썩으면서도 유렵연합(EU)의 틀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고도성장기의 초입인 1967년에 1억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1973년을 정점으로 출생률이 낮아지기 시작해 2008년에 1억2808만명 정점을 찍었다. 일본의 현재 인구는 1억2700만명인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2050년 이전에 1억명선이 무너지고, 2060년에는 8674만명으로 쪼그라든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인구 1억 지키기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1억총활약 사회’ 플랜을 발표하고, 개각을 통해 ‘1억총활약 담당상(장관)’직을 신설했다. 플랜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인상(정규직의 80% 수준), 최저임금 인상, 내년까지 50만명 규모의 보육시설 확보 등을 통해 누구나 원하면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합계출산율을 1.8명으로 높여 50년 뒤 인구 1억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성이 통계에 미리 반영된 것일까. 일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46명으로 1994년(1.5명)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최근 발표됐다. 그렇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일본의 출산율이 어지간히 회복되더라도 출산 적령기 여성 인구가 이미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총 출생아 수 감소 추세는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농·어·산촌을 중심으로 과소화(過疎化) 지역이 늘고 있다. 일본의 2014년 인구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기초자치단체의 절반이 사라질 전망이다.
물가가 비싸고 교통이 복잡한 대도시보다는 소도시나 농어촌에서 출산율이 높다. 인구 대책이 국토의 균형 발전과 접목되지 않으면 절반짜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은 1.9명으로 매우 높다. 일본 정부는 경제부처를 통폐합해 축소한데 이어 지방창생(倉生) 장관, 소자화(小子化) 담당장관, 1억총활약 담당장관을 신설하는 등 총력 대응을 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2명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임항 논설위원
[한마당-임항] 1억총활약 담당장관
입력 2016-05-27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