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사진)가 아마추어 같은 최악의 스코어를 적어내며 대회를 포기했다.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 때문이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림픽 티켓도 차순위 선수에게 양보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인비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 트래비스 포인트 CC(파72·670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12오버파 84타를 쳤다. 버디는 3개 잡았지만 보기는 무려 8개를 범했고, 더블보기 1개와 퀸트러플 보기(5오버) 1개를 적어냈다. 출전 선수 142명 가운데 최하위로 1라운드를 마친 뒤 기권했다. 박인비는 2009년 6월 웨그먼스 LPGA 4라운드에서는 9오버파 81타, 2007년 6월 웨그먼스 LPGA 2라운드에서 8오버파 80타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84타는 처음이다. 박인비는 전반에 보기 5개를 범한 뒤 후반 시작과 함께 10번홀(파4)에서 무려 5타를 잃으며 무너졌다. 이 홀에서 아웃 오브 바운즈(OB)만 2차례 기록했다.
박인비의 기권은 올 들어 3번째다. 지난 1월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는 허리 통증으로 기권하며 한 달간 투어에 불참했다. 이후 복귀전인 KIA클래식에서 준우승 하며 컨디션을 되찾는가 싶더니 지난 4월 하와이 롯데 챔피언십을 마치고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장기 휴식에 들어갔다. 지난주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 도중 같은 부위 통증이 재발하며 기권했다.
박인비가 통증에도 출전을 강행한 것은 2주 뒤 열리는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10개 대회만 출전하면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얻는 그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을 겨냥했다.
이 대회는 그가 4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대회로 LPGA 투어 새 역사를 쓸 수 있는 대회이기도 했다. 이미 지인들에게 초청장도 발송했다. 컨디션 조절 차 이번 대회에 출전했지만 통증으로 인해 스윙에 영향을 받았고, 최악의 스코어를 남기게 됐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박인비는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리우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세계랭킹 2위를 유지해 올림픽 티켓은 확보했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어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3위 렉시 톰슨(미국)과의 메달 경쟁에서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손가락 부상이 완쾌되지 않으면 아예 차순위 선수에게 출전권을 양보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12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다시 채택된 골프는 세계랭킹 15위내 선수에게는 국가별로 4명씩 출전권이 주어진다.
박인비의 매니지먼트사인 갤럭시아SM의 이수정 국장은 “올림픽은 박인비가 오랫동안 꿈꿔온 대회”라며 “아직 올림픽 개막까지 시간 여유가 있으므로 티켓 양보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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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같은 스코어 낸 박인비 올림픽 티켓 양보해야 하나
입력 2016-05-27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