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가 최선이었나

입력 2016-05-27 19:43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상시 청문회법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는 것으로, 삼권분립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통상 화요일에 여는 국무회의를 이례적으로 금요일, 그것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중 개최한 것은 19대 국회 임기가 29일 끝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아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19대 국회 임기 만료 전 본회의 소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법을 자동 폐기시키려는 의도다. 더욱이 재의 권한이 19대 국회에 있느냐, 20대 국회에 있느냐는 논란은 별개로 하더라도 새누리당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재의결에 부정적이어서 설사 20대 국회에 다시 부의해도 통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를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국회의 권한 확대를 막으려고 행사했다.

상시 청문회 제도가 도입되면 행정부 업무가 마비된다는 정부 주장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 청문회가 일반화된 미국에서 이 때문에 행정이 마비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운영의 묘를 살리면 얼마든지 생산적인 청문회가 가능하다.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부터 꺼낸 건 성급했다.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대통령이 청문회의 긍정적 요소를 도외시한 데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에 이은 거부권 행사로 협치는 더 멀어졌다. 협치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상시 청문회를 막는 게 과연 최선이었는지 의문이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 초반부터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