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日 면죄부 아니다

입력 2016-05-27 19:43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7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일본의 피폭지 히로시마를 찾았다. 2차 세계대전 끝 무렵인 1945년 8월 6일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지 71년 만이다.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로 이동, 원폭 투하 지점 인근에 조성된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위령비에 헌화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낭독했다. 공원 내 모든 일정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함께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11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행이 발표됐을 때부터 역사적 방문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고, 우익들은 원폭 피해자 흉내를 내 왔다. 일본 내 평화진영에서 이번 방문이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아베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간 아베 총리는 과거 전쟁이 ‘침략전쟁’이 아니라는 그릇된 인식을 보여 왔다. 지난해 종전 70주년을 맞아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침략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역사가의 논의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원폭 피해 지역 방문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한국 등 주변국을 무력 침탈하고 2차대전을 일으켜 수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일본은 전범국이자 가해자라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전쟁의 참상을 상기시키며 2009년 천명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재차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히로시마가 주는 교훈은 다름 아닌 ‘전쟁하지 않는 일본, 평화를 지키는 일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찾아 희생자들을 기렸다고 해서 아베 정권이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을 받을 것이며 한·일, 중·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와 일본 우익은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