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고강도 자체 개혁을 통해 3년 6개월 만에 1조3488억원에 이르는 도 부채를 31일 모두 청산한다. 경남도는 도의회에 제출한 ‘2016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24일 확정되면서 전국 최초로 빚 없는 광역자치단체가 됐다고 29일 밝혔다.
도는 2013년 1월 채무 50% 감축을 골자로 한 ‘채무감축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채무감축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곧바로 ‘채무 제로’로 목표를 바꾸고 기간은 1년 반 줄였다.
도는 이번 채무제로는 무엇보다 부동산 등 보유재산 매각을 통한 부채상환이 아닌, 행정·재정개혁을 통해 채무제로를 달성한 것이어서 정부와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는 등 재정건전화의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말 기준 중앙정부의 채무가 574조9000억원, 가계부채는 1200조원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는 채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취약한 세입기반, 재정운영의 비효율성, 선출직 단체장들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 선심성 복지 지출 증가로 과도한 채무가 발생하면서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
◇‘경남형 재정건전화 정책’ 시행= 2003년 1158억원이던 경남도의 부채는 홍준표 도정 출범 당시인 2013년 1월 1조3488억원으로 10년 사이 11.6배나 증가했다. 특히 전임 도지사들의 선심성 공약사업 추진과 리스차량 등록감소로 인한 세수 감소, 대형 국책사업의 도비 부담 증가, 대규모 민자 사업의 재정부담 등으로 도의 재정상황은 하루 이자만 1억원씩 나가면서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혔다.
홍 지사는 취임 후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재정분석을 통해 ‘재정건전화 로드맵’을 수립했다. 경남형 재정건전화에 착수해 민자사업 재구조화, 출자출연기관 통폐합, 기금 일제정비, 사회복지 분야 누수 차단, 경상경비 절감 및 사업 구조조정, 신규사업에 대한 심사 강화, 체납세 징수와 탈루 은닉세원 발굴 강화 등을 추진했다.
세출절감의 대표적인 사례는 거가대로 재구조화다. 당초 최소수입보장(MRG)방식이던 거가대로 민자사업협약을 비용보전(SCS)방식으로 변경해 37년간 지불해야 했던 5조8617억원의 재정을 절감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또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연간 운영비 75억원 절감효과를 거뒀다.
여기에 2013년 과도한 누적부채와 부실경영으로 연간 60∼7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던 진주의료원을 과감하게 폐업했다. 마산의료원도 비효율적인 비용 절감과 경영혁신을 통해 2006년 이후 이어져온 적자구조를 2015년 6억3400만원의 흑자로 돌려놓았다.
2013년부터 전국 최초로 실시한 사회복지분야 ‘복지누수 차단 특정감사’를 통해 부당 지급금 147억원을 환수했고, 지난해에는 기금 19개 중 12개를 폐지하는 기금 일제정비를 통해 1377억원을 확보했다.
지방소비세율이 5%에서 11%로 확대되면서 도 세입도 1000억원 이상 확충됐다. 중복·유사 행사와 축제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2013년 70개였던 축제를 2015년 43개로 줄인 것도 세출절감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으로 경남도는 홍준표 도정 출범 당시 1조3488억원이던 채무를 올해 5월 전액 상환해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채무제로 달성’이라는 신기원을 이루게 됐다.
행자부가 발표한 2015년 시·도별 채무현황에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의 전국 평균이 17.2%인데 비해 경남도는 2.17%로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서민복지·미래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 경남도는 그동안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추진하면서 복지 확대와 미래 50년을 위한 성장기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낄 곳은 아끼고, 쓸데는 쓴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사회복지분야 2조5319억원, 공공질서 및 안전분야 1576억원, 문화산업분야 1902억원, 경남미래 50년 기반구축 1506억원, 지역균형발전 3186억원 등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서민이 행복한, 서민을 위한’ 도정을 펼치기 위해 사회복지분야 예산을 도 전체 예산규모의 34.7%에 이를 정도로 4년 연속 사상 최대로 편성했다.
또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던 악순환을 끊고 2000여억원의 재원을 경남미래 50년 사업과 서민복지사업, 서부대개발 등 미래세대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서민복지 경남실현’을 위해 장애인, 어르신, 여성, 아동, 다문화 가정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강화하고 교육과 일자리를 연계하는 서민자녀 4단계 교육지원 사업을 강화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앞당길 계획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채무제로화로 건전재정의 토대를 구축한 만큼 앞으로 부정부패 방지를 통한 세금 누수 차단 등을 시스템화하겠다”며 “도민의 세금이 한 푼이라도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해 재정건전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경남, 행정·재정 대수술로 ‘채무 제로’… 他시도서 벤치마킹
입력 2016-05-29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