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상은] 이제 생명을 말합시다

입력 2016-05-27 19:44

가정의 달 5월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이며 온 가족이 함께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복된 계절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서로 가장 아껴야 할 가정이 폭력이 난무하는 싸움터로 변질되고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3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태도 알고 보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평형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컨테이너를 넣어 일어났으며, 가습기 사태도 돈에 눈이 어두워 사용해서는 안 될 유해물질을 섞어 무고한 수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러한 생명경시 풍조를 바로잡고 어린이집에서부터 노인정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에 맞는 생명존중 교육을 통해 생명존중 문화를 확립하고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지난 5월 12일 ‘생명존중 선언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을 통해 생명 존중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시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선언문 초안을 만들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들이 다듬어 최종 선언문을 제정하게 된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6명의 각 부처 장관들인 당연직 위원과 대통령의 추천을 받은 14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3년 임기 동안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다양한 사안을 심의하는 국가기관입니다.

선언문을 간략히 소개하면 먼저 생명존중 선언문이 제정된 배경에 대한 소개와 생명의 특징을 생명의 책임성, 평등성, 안전성, 관계성의 넷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나 자신부터,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이를 가정, 학교, 직장, 국가에서 적용해야 할 실천 내용을 적시하였습니다. 짧은 선언문 안에 다 담을 수 없는 내용들은 각 연령과 상황에 맞게 별도의 해설서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입니다. 마침 교육부와 법무부에서도 이 생명존중 선언문을 초·중·고, 그리고 대학과 교화기관 등 다양한 계층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내용과 틀을 맞춤형으로 전환해 활용할 뜻이 있기에 더욱 기대가 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모든 정책을 경제 최우선주의에 입각, 진행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보다 더 우선되는 사안이 생명과 안전이기에 이제 서로 만나면 돈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생명을 말합시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노인, 그리고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생명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함께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사회가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20대 국회가 곧 시작되니 그동안 많은 분들이 염원한 바와 같이 생명존중 포럼이 국회 안에 출범되어 다양한 생명윤리 이슈들이 활발히 논의되기를 소원합니다. 또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생명의 날을 함께 제정해 생명존중 문화를 일구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쪼록 이번에 제정된 생명존중 선언문이 연약한 한 생명을 일으켜 세우며 모든 사람이 다 함께 서로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는 데 소중한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박상은(샘병원 대표원장·국가생명윤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