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26일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공식 개막했다. 감색 정장을 차려입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G7 정상들이 차례로 이세신궁을 참관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분 정도 지각해 가장 마지막에 등장했고 수행원 없이 아베 총리와 나란히 걸으며 대화했다.
◇G7 정상, 이세신궁 방문했지만 참배는 안 해=당초 G7 정상들은 이세신궁에서 ‘참배’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들은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참배를 하지 않고 단순히 경내를 둘러보기만 했다. 그럼에도 이세신궁 방문이 정교분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세신궁은 일본 보수세력에 ‘성지’로 통한다. 일본 왕실 조상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神)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G7 정상들은 이후 시마관광호텔로 이동해 이세 새우찜과 미에현 특산품인 마쓰사카 소고기로 만든 스키야키(전골요리)를 먹었다. 이세 새우는 아베 총리가 어릴 때 먹어보고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것은 처음”이라고 놀랐다는 일화가 있다.
정상들은 오후에는 세계경제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토의를 시작했다. 이들은 27일까지 테러, 난민대책, 북한 핵·미사일 개발, 지구온난화,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 강화를 놓고 토론한 뒤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다. NHK방송은 G7 정상회의 결과물로 채택될 정상선언 초안에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한 표현으로 비난한다”는 문구와 유엔 안전보상이사회의 결의와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정권이 핵개발을 체제 존속과 연결짓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우리 모두의 큰 걱정거리”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G7 정상들이 하나같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해 황당해하더라”라면서 “내가 생각하기에도 정상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복잡하게 한 오바마의 히로시마행=27일 G7 정상회의가 막을 내리면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로 간다. 평화공원을 방문하고 헌화한 뒤 간단한 성명을 발표한다. 행사에 참석한 피폭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원폭 자료관도 들를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오바마의 히로시마 행사에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군 포로 출신 미국인의 방일은 무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동아시아 정치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NYT는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후 71년 동안 대통령 11명 중 누구도 ‘트라우마가 있는 도시(traumatic city)’에 가지 않았다”면서 “동아시아 국가에 일제 치하를 끝낸 전쟁에 사과하는 모양새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유이기도 한 핵무기 억제를 주장하기 위해 히로시마를 방문한다지만 한국과 중국 입장에서는 과거사를 청산하고 ‘정상국가(normal country)’로 옮겨가려는 아베 총리의 꿈에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임기 초반 중국에 관심을 갖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분쟁 등으로 시선을 ‘도쿄’로 돌린 듯하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의 ‘외교관례(conventional wisdom)’를 경멸하는 듯하다고 비판하면서 지난 3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한 것과 임기 중 두 차례나 미얀마를 찾은 사실을 언급했다. 이득도 없이 이란 독재정권과 핵합의를 맺었다는 점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운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3일 베트남을 방문해 무기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NYT는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를 돌며 ‘사과 순방(apology tour)’을 하고 있다고 비웃는다”고 꼬집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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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신궁 간 G7… 아베의 보수화 손들어준 꼴
입력 2016-05-27 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