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남교회 본당이 근현대 건축물 원형보존 건축물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최근 ‘2025 도시환경정비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이 교회를 ‘보전 정비형 지구’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서울성남교회는 외관과 구조, 내부 등 현재 건물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맘대로 철거할 수 없고 리모델링이나 증축, 일부 신축만 가능하다.
1945년에 창립된 서울성남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역사교회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구 대우빌딩)와 KDB생명빌딩 등 초고층 업무용 빌딩과 공존하고 있다. 70년대 전후만 하더라도 교회 옆 양동 사창가가 있었다. 지금은 교회와 서울역사 주변이 노숙자들의 생활공간이 됐다.
교회 건축물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영성이 깃들 것 같은 로마 양식의 석조 예배당이다.
교인들은 6·25전쟁 직후인 53년 만우 송창근(1898∼1950·신학자) 목사 순교 기념예배당 건축위원회를 조직했다. 2년 뒤 성전 건축 제1차 공사를 완료하고 입당예배들 드렸다. 이듬해에 2층 공사를 시작해 65년 7월에 헌당식 겸 만우 추모 예배를 드렸다. 이 교회를 설립한 송 목사는 함북 경흥군 웅기면 출신으로 성빈(聖貧) 사상을 실천한 참목회자이다. 북한의 산정현, 김천교회를 섬겼다. 그는 한신대 전신인 조선신학교를 설립, 학장으로 재직 중 납북돼 순교했다.
교회 가는 길은 서울 지하철 1, 4호선 12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가파른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본당은 장중한 멋까지 느끼게 한다. 본당 내부는 고풍스럽다.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강대상과 파이프 오르간(지금은 철거되고 파이프 일부만 남김)이 고딕양식 예배당의 기풍을 자랑한다.
스테인드글라스는 ‘한국에 오신 선한 목사’라는 제목의 예술작품이다. 그림의 구성은 구약신학의 대가 김정준(1914∼81) 목사가 생각한 것으로 한국의 전통 풍경이 담겨 있다. 논과 들판, 그리고 강과 소나무가 배경인 그림 가운데엔 예수 그리스도가 어린양을 안고 서 계신다. 그림의 바깥 테두리는 무궁화와 백합화로 장식돼 있다. 도안자는 미국 워싱턴의 미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채플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도안한 박모세 선생이다. 57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이 유리는 프랑스 생고뱅사의 제품으로 미국의 유명 스튜디오에서 구웠다. 이 교회를 방문한 프랑스의 한 유명 작가는 “서울성남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의 가치는 교회당 건물보다도 더 의미가 있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2층 본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캐나다 국적 몰로이 여사의 헌금으로 만들어졌다. 그녀는 부유한 재산가도 아니며, 신체도 온전하지 못한 장애인이었지만 한국 교회 성도들의 편의를 위해 저축한 예금을 털어 건축헌금으로 쾌척한 것이다.
5년 전 이 교회 제9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허정강(50) 목사는 다음세대를 살리고 세우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 교회 앞 쪽방촌 주민 1200여명을 위한 앞마을복지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교회는 쪽방촌 주민에게 반찬 제공, 의복 수선과 세탁, 생필품과 가전기기를 지원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는 쪽방촌 사람들 30여명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목요일 정오에는 인근 직장인들을 위해 예배 드린다.
서울성남교회는 출석성도 400여명의 중·소형 교회에 속한다. 교회 앞마당에는 송 목사가 개척을 기념해 심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KDB생명 빌딩 쪽에 있는 은행나무는 뽑힐 위기에 놓였다. 은행나무가 있는 교회 앞마당 절반 이상이 도로 부지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한신대 전신 조선신학교 부지이기도 하다.
허 목사는 “교회 앞마당 절반 이상이 도로에 편입되면 교회는 반쪽이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아직도 은행이 주렁주렁 열리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서울성남교회 본당 원형대로 보존한다
입력 2016-05-27 19:17 수정 2016-05-27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