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기독교 성지?… “이브의 무덤은 전설에 불과”

입력 2016-05-27 20:58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개혁안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사우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모든 국적의 관광객에게 문을 열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이브의 무덤’ 등 유대·기독교 유적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와 관련된 유적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알 히즈르 고고 유적지가 있다. 이곳은 요르단 페트라 남쪽에 있는 나바테아(Nabatea) 문명지로 BC 1세기∼AD 1세기 시절 무덤과 기념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바테아인들은 성경에 등장하지 않지만 에돔을 차지하는 등 신약시대 유대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요르단 페트라와 연계한 성지순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사우디 관광이 자유로워진다면 1순위 여행지는 ‘라오즈산’이 될 것이다. 이 산은 모세의 ‘시내산’이란 주장이 제기돼 왔다. ‘떨기나무’의 저자인 김승학씨가 발언해 더 유명해진 이 산은 최근까지 성서고고학 분야에서 적잖은 논쟁거리를 던졌다. 김씨는 성경에 나오는 진짜 시내산은 이집트가 아니라 사우디(미디안 광야)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자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 라오즈산 부근은 군사 지역으로 일반인 접근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곳이 관광지로 개발된다면 이집트의 시나이산과 홍해를 돌아보고, 사우디로 넘어가 라오즈산을 여행하는 순례 코스가 열릴 수 있다.

‘이브의 무덤’은 아담의 ‘배필’ 이브가 묻힌 자리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제다 인근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교계 전문가들은 그저 “전설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원길 두루투어여행 대표는 “사우디의 관광지는 사실상 이슬람 유적이다. 관광입국을 천명했다는 것은 이슬람 관광산업을 더 육성하겠다는 뜻”이라며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끄는 성지 유적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성경에도 등장한다. 홍순화 한국성서지리연구원장은 모두 세 곳이라고 밝혔다. 첫째는 ‘두마’(창 25:14, 대상 1:30)로 이스마엘의 아들 이름이자 그 자손들이 살고 있는 땅이다. 지금의 ‘두마 알 잔달(Dumah al jandal)’과 동일시된다. 둘째는 ‘데마’(욥 6:19)로 지금의 ‘타이마(Tayma)’와 동일하다. 대상(隊商)들의 고향으로 스바와 함께 기록됐다. 셋째는 ‘드단’(창 10:7, 대상 1:9)으로 ‘알 울라(Al ula)’와 같다. 이사야 선지자는 아라비아에 대해 경고하면서 아라비아 수풀에 유숙하는 드단 대상들을 언급했다(사 21:13).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