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무분별한 현금지급’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예정대로 7월 시행을 위해 일정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겉보기엔 서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대화의 여지를 남겨둬 올해는 일단 서울시 뜻대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사실상 사업 허용=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관계부처 검토와 민간 전문가 논의를 거쳐 ‘부동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통보했다고 26일 밝혔다.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은 취업하지 않은 청년에게 매월 50만원을 최장 6개월까지 지급하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만 19∼29세 청년 중 활동 의지가 있는 3000명이 대상이다.
복지부는 사업의 취지보다는 설계와 관리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먼저 청년에게 나눠준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없어 사업이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순수 개인활동을 하거나 비정부기구(NGO) 등 단순 사회참여활동을 하는 청년에게 공공재원으로 수당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복지부는 지원 대상 선정의 객관성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재협의’를 권고하고 서울시가 이에 응할 경우 올해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했다. 사실상 사업이 시행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대신 복지부는 취약계층에 더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저소득층 우선 선발 요건을 구체화하라고 제안했다. 취업이나 창업과 직접 연계성이 없는 지원은 제외하라고 요청했다.
◇서울은 되고, 성남은 안 된다?=복지부의 이런 태도는 경기도 성남시의 ‘청년배당 사업’ 논란 때와 사뭇 다르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성남시의 청년배당 사업에 대해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 이어 성남시가 지난 1월 이 사업을 강행하자 경기도와 공동으로 성남시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관내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연간 50만원을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취업난에 처한 청년을 돕는다는 취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취한 것은 최근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와 유사한 청년 정책을 펴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와 기업이 9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취업 내일채움공제’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복지부의 통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구종원 서울시 청년정책담당관은 “청년활동지원사업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공감하지 못한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과거와 달리 협의 여지가 있으므로 사업의 근본 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논의를 빠른 시일 내에 마치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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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는 안했지만… 복지부 ‘서울시 청년수당’ 길 터줘
입력 2016-05-26 18:40 수정 2016-05-26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