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성과연봉제를 금융 공기업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권 전체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즉각 임 위원장을 사냥개란 뜻의 ‘정권의 주구(走狗)’로 칭하며 반발했다. IBK기업은행 노조의 성과연봉제 도입 찬반투표에선 이사회 의결과는 상관없이 97%가 도입을 반대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와 노조의 반발이 강 대 강 격돌하면서 성과지표 작성 및 직무별 평가기준 마련 등 단계적 논의를 바라는 합리적 목소리는 무시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열린 금융개혁추진위에서 “금융 유관기관과 민간 금융권에서도 금융 공공기관의 사례를 참조해 성과중심 문화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성과연봉제 도입이 확정되지 않은 한국예탁결제원과 수출입은행도 조속히 도입을 완료할 것을 기대한다”고 콕 집어 지적했다. 그러자 예탁결제원은 당장 27일 부산에서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의결하겠다는 방침을 알려왔다. 일사불란함이 느껴진다.
임 위원장이 속도전을 펴는 건 기업은행이란 시금석이 넘어왔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다른 금융 공기업과 달리 조직 및 지점 영업망이 시중은행과 유사하다. 이에 민간 은행들은 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금융권 전면 확산의 부싯돌이 될 것이라고 여겨왔다. 지난 23일 오후 기업은행은 본점이 아닌 별도 장소에서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의결했다. 노조와의 협의는 없었다.
기업은행노조는 이날 조합원 7816명이 참여한 성과연봉제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투표는 23일부터 3일간 전국의 분회에서 실시했는데 7571명이 반대해 96.9%의 반대율을 보였다고 했다. 노조는 “지점장들에게 동의서가 일괄 배포돼 직원의 서명이 강요됐다”며 “지점장부터 은행장까지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연봉제는 사실 금융기관 CEO라면 벌써 하고 있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정부로 복귀하기 직전인 2015년 2월 중순까지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있으면서 성과급을 받아 봤다. 연봉 기준으로 기본급 2억5000만원에 성과급 100%로 역시 2억5000만원을 별도 약속받았는데, 경영성과를 100% 달성하지 못했다. 다 받았다면 연봉 5억원을 넘겨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를 공개해야 하는데, 농협지주에선 5억원 이상 연봉 공개 해당자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정부와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필요이상 격돌하면서 합리적 목소리는 설 곳이 없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이달 들어서야 성과주의 도입을 위해 은행권 전체 공동으로 휴먼리소스 전문업체에 컨설팅을 맡겼다.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시중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성과지표를 먼저 개선하거나, 직무별 급여 차등을 두거나,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꾸는 등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불필요한 반발을 부른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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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성과연봉제 전 금융권 확대… 노조 반발
입력 2016-05-27 0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