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실낱같은 희망… 한진해운, 막다른 골목에

입력 2016-05-26 18:34 수정 2016-05-27 00:46

다음 달 2일 서울에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소속 일부 해운사들이 현대상선과 만난다.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가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만남이다.

지난 13일 출범한 제3의 글로벌 해운연합체인 디얼라이언스에는 한진해운이 가입했으나 현대상선은 제외됐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2주일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현대상선의 재가입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용선료 협상은 지연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이달 말 사채권자 집회도 열린다. 두 변수가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의 디얼라이언스 가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먼저 동맹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코너에 몰려 있다. 용선료 연체로 벌크선박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억류당해 유동성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라이언스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설득 또 설득=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을 위해 선주들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동맹 가입을 위한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2일 최근 구성된 디얼라이언스 소속 6개 해운사 중 일부를 서울로 초청했다.

이번 만남은 현대상선이 해양수산부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현대상선은 기존에 가입돼 있던 G6 얼라이언스 해운사들에 손을 내밀었다. G6에서 현대상선을 제외한 5개 해운사 중 독일 하파크로이트와 일본의 MOL, NYK 등이 디얼라이언스에 있다. 디얼라이언스를 주도하고 있는 하파크로이트와 NYK가 디얼라이언스 해운사들 중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

해수부 관계자는 “얼라이언스 소속 해운사들이 돌아가면서 회의를 진행하는데 그때마다 호스트(주인)를 맡은 기업의 나라에서 열린다”면서 “현대상선의 요청으로 G6 해운사들이 회의를 서울에서 열기로 했고 이 자리에서 사채권자 집회 과정 등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목표는 오는 7월까지 디얼라이언스에 들어가는 것이다. 얼라이언스 가입 여부는 소속 해운사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일단 디얼라이언스는 현대상선에 어느 정도 문을 열어둔 상태다.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에게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언제든지 합류가 가능하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한다. 디얼라이언스는 미국의 연방해사위원회에 신고하는 오는 10월까지 참여 선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31일과 다음 달 1일 전체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한다. 이번 사채권자 집회는 총 5건으로 올해와 내년 만기 도래하는 모든 공모사채가 대상이다. 이 자리에서 현대상선은 사채권자들의 채무재조정 동참을 유도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개인 투자자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고 있다.

용선료 협상은 이달 중순이라는 시한을 넘겼지만 아직 비관하긴 이른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협상 상황이 진전되고는 있지만 아직 용선료 조정율 등에 관해 합의에 이른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용선료 인하 합의에 이어 채권단 출자전환이 집행된다면 현대상선 부채비율은 400% 이하로 낮춰진다. 불안한 부분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선주들의 마음이 언제 변할지 알 수 없다. 막판까지 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박 억류에 얼라이언스 퇴출 위험까지=한진해운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24일 8만2158 DWT급 벌크선 한진패라딥호가 남아공에서 억류됐다. 용선료 연체를 참다못한 외국 선주들이 한진해운 소유의 선박을 담보로 잡은 것이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 상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캐나다 선주사인 시스팬이 공개적으로 한진해운이 컨테이너선 3척의 용선료 1160만 달러(137억원)를 연체 중이라고 밝혔다.

해운업계에선 다른 선사들의 연체금까지 더하면 한진해운이 지급하지 못한 금액이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엔 2000억원대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항만 이용료, 유류비 등 밀린 운영자금까지 더하면 연체금 규모는 더 불어난다. 유동성 위기로 대외 신뢰도까지 추락하면 디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의 경우 고금리 사채가 많아 그룹 본사의 도움이 없다면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조양호 회장이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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