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안도의 한숨… 野는 개정 시사 ‘촌극’

입력 2016-05-26 18:28 수정 2016-05-26 21:28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6일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 사건 결정을 위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헌법재판소가 26일 ‘식물 국회’의 핑계가 됐던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하면서 20대 국회도 이 법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됐다. 그런데 이 법을 두고 ‘망국법’이라고 비판했던 새누리당은 안도의 한숨을, ‘최후의 보루’라고 평가했던 야권은 개정 의사를 내비치는 촌극이 펼쳐지고 있다.

선진화법은 2012년 5월 박근혜 대통령(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이 입법을 추진해 통과시켰던 법이다. 당시 박 대통령 등 여야 주요 인사들이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며 공감대를 모아 18대 국회 말 극적으로 법안 통과에 합의했다. 몸싸움이 벌어지고 최루탄까지 등장하는 등 18대 국회가 ‘폭력 국회’로 얼룩진 데 대한 반성 차원이었다.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하고 쟁점 법안 통과 조건을 ‘전체 의원의 60%(180석) 찬성’으로 한다는 내용 등이 골자다. 이렇게 될 경우 원내 과반을 차지한 다수당의 법안 ‘날치기’, 이를 막기 위한 몸싸움이 사라지게 돼 ‘몸싸움 방지법’이라고도 불린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19대 국회가 시작되자 여당의 태도가 돌변했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노동개혁 4법’ 등 박근혜정부 중점 추진 법안들이 선진화법에 잇따라 발목 잡히자 이 법을 ‘망국법’이라고 비판하며 개정을 추진했다. 법안의 ‘산파’ 역할을 한 박 대통령조차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과거엔 동물 국회였는데 (선진화법을 만든 이후) 지금은 식물 국회”라며 지적하고 나섰다.

헌재 각하 직후 새누리당은 “법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내심 이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20대 국회에서 야권 의석을 모두 합치면 과반이 가뿐히 넘는다. 의장도 야당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등을 완화하는 등 선진화법이 개정되면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야권이 일방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선진화법을 재검토할 필요는 있지만 개정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여야 협치 외에는 길이 없다”고 했다.

야권은 “헌재 결정은 당연하다”며 반기면서도 표정관리가 안 되긴 마찬가지다. 19대 국회 말 테러방지법을 두고 190시간 넘는 필리버스터를 펼칠 때만 해도 이 법을 ‘최후의 보루’라고 평가했었다. 여소야대 국회를 앞둔 터라 이제 야권은 오히려 개정 논의를 반기는 눈치다. 특히 국민의당은 ‘180석 요건’을 규정한 선진화법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본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선진화법은 양당 구조에서 탄생한 법이라 다당제가 되면 개정돼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문동성 권지혜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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