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지휘 거장 로타어 차그로제크(74·사진)가 28일 서울시향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말러의 ‘대지의 노래’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지휘할 예정이다.
그는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지난해 말 서울시향을 떠나면서 대체 지휘자로 왔다. 차그로제크는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파리 오페라 예술감독, 빈 라디오 심포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의 수석지휘자를 지냈고, 관현악과 오페라에 모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13년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파르지팔’ 초연 당시 지휘를 맡아 국내 팬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이번에 연주할 두 작곡가는 오스트리아 낭만파 음악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대지의 노래’와 ‘미완성 교향곡’에서 이별(죽음)을 대하는 두 사람의 상반된 태도를 느낄 수 있다”면서 “슈베르트가 죽음을 평화로운 것으로 표현했다면 말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체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에서 정명훈 지휘로 서울시향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연주가 정말 훌륭했기 때문에 이번에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의 한국행은 이번이 세 번째에 불과하지만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 작고한 윤이상(1917∼1995)의 벗이었던 그는 1960년대 동백림 사건으로 감옥에 갇힌 윤이상의 구명 탄원에 앞장선 바 있다. 평소 음악적으로 깊은 교류를 했던 윤이상으로부터 78년 ‘대관현악을 위한 무용적 환상’이라고 불리는 곡을 헌정받기도 했다. 이듬해 한국에서 첫 내한 연주회를 갖게 됐지만 하필이면 그날이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생한 10월 26일이었다. 그는 “연주회장이 어디였는지 무슨 곡을 연주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호텔방에 사흘간 갇혀 있었던 것은 선명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글=장지영 기자, 사진=구성찬 기자
“말러와 슈베르트의 상반된 ‘이별 선율’ 들려줄 것”
입력 2016-05-26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