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올해 1분기에도 20조원 넘게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은행 가계대출을 까다롭게 만든 정책의 영향으로 증가 속도는 다소 줄었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이들이 제2금융권으로 옮아가는 ‘풍선효과’가 뚜렷했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1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서 올해 1분기 가계신용이 1223조7000억원으로 집계돼 전 분기(1203조1000억원)보다 20조6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부터 30조원대씩 늘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는 다소 주춤해졌다. 가계신용은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사의 가계대출 잔액과 결제 전 카드사용액(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가계부채 규모를 파악하는 통계다.
1분기 가계신용은 총량면에서 여전히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12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줄기는커녕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는 점은 위험신호다. 가계부채는 소비를 가로막는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에 총량 증가는 내수활성화에 부정적 요소로 작동한다. 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내수를 위축시키는 복합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금융권에도 가계부실 위험 노출도가 커져 자칫 경제적 파장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설명자료에서 1분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9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19조1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금융위는 “(2월부터 시행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지 않는 아파트 집단대출이 증가액의 53.6%에 해당하는 5조2000억원으로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는 점도 계속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별로 살펴보면 제2금융권 대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은행을 제외한 금융사 대출은 10조9000억원 늘어 은행 대출(9조6000억원)을 앞질렀다. 특히 신용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 등 기타대출액이 6조6000억원 늘어 은행 기타대출 증가액(2000억원)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는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제2금융권을 이용한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중심 가계부채 대책이 저신용·저소득자의 고금리 부담을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는 “상호금융권에서 토지나 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저축은행 신용대출도 증가했다”며 “오는 7월부터 보험회사에서도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해 풍선효과를 차단하고, 비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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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또 사상최대치 ‘풍선 효과’
입력 2016-05-2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