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끊긴 광주국제영화제… 한달 여 앞두고 무기 연기·사무실 폐쇄 등 국제 망신

입력 2016-05-26 19:20
광주국제영화제가 집행부의 불협화음으로 무기한 연기돼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됐다. 조직위는 혈세가 지원된 영화제 예산에 대한 정산을 미루고 사무실까지 임의로 폐쇄해 거센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광주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최근 법인이사회가 다음 달 30일 개막 예정인 2016광주국제영화제를 무기한 연기하고 현재 사용 중인 사무실을 잠정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영화제 주요행사인 김대중노벨평화영화상 시상과 북한영화 상영은 물론 그동안 유럽과 아시아 등 25개국이 접수한 장·단편 영화 500여편의 상영도 무산됐다.

조직위는 정모 이사장이 지난해 영화제 예산의 정산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상임이사를 고소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상임이사가 공금을 유용하고 서류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조직위 측은 광주시가 지난해 운영자금 정산없이 2억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통보하자 결국 영화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2001년 시작된 광주국제영화제는 5년간 해마다 16억원 안팎의 국·시비를 지원받아 운영됐다. 이후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예산중단이 끊겨 민간주도 영화제를 치렀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제 주제를 ‘평화’로 설정한 2011년부터는 광주시 예산지원이 재개되면서 김대중노벨평화영화상을 신설하고 북한영화를 상영해 주목을 끌었다.

광주시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지원한 총 예산은 8억9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내부갈등으로 올해 영화제가 무기한 연기돼 16년 동안 어렵게 이어온 명맥이 끊길 처지에 놓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