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그린 그림 경매에서 1400만원 낙찰

입력 2016-05-27 19:20
배우 하정우씨가 그린 ‘킵 사일런스’(위)와 심은하씨가 붓질한 한국화.

자칭 ‘화수’(畵手·화가+가수) 조영남의 대작(代作) 스캔들로 그림 그리는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림도 그리고 연예활동도 하는 이른바 ‘아트테이너’(아트+엔터테이너)는 누가 있을까? 이들은 왜 그림을 그리며, 그림값은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을까?

대중에 잘 알려진 아트테이너는 조영남을 비롯해 10여명이고 알게 모르게 그림 그리는 연예인도 수두룩하다. 조영남은 1980년대부터 그림을 그리며 전시를 열었으니 35년 넘은 화력(畵歷)을 자랑한다. 그래서 화단(畵壇)의 사정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지 무명화가 송모씨에게 마치 제품 주문하듯 그리게 한 것을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했다.

2012년 서울 인사동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영동대교가 내려다보이는 그의 작업실을 찾은 적이 있다. 손과 옷에 물감이 잔뜩 묻은 그는 직접 붓질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어. 혼자 캔버스 앞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깨끗해져”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혼자 그리는 줄 알았는데 이전부터 조수를 썼다니 허탈할 수밖에.

배우 하정우는 화가로도 인정받는 대표적인 사례다. 2003년부터 미술 활동을 시작한 그는 “바쁜 스케줄 중에 집중할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했다. 그림은 내게 휴식을 주었고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고 했다. 자신의 영화 속 역할에 대한 이미지와 심리상태를 표현한 ‘킵 사일런스(Keep Silence)’가 얼마 전 경매에서 1400만원에 낙찰될 정도로 인기다.

최근 결혼한 구혜선은 배우뿐만 아니라 화가, 소설가, 영화감독, 작곡가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자작 소설 ‘탱고’의 삽화를 그렸고, 가수 거미의 앨범 재킷 일러스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몇 차례 국내외 개인전을 가진 그는 그림 판매수익금 전액을 백혈병 환자들에게 기부해 훈훈한 미담을 남기기도 했다.

배우 강석우는 10년 넘게 추상화를 그려왔다. 김영호와 조민기는 오래전부터 사진작가를 병행하고 있다. 심은하는 민경찬 화백으로부터 동양화를 사사했고, 김혜수는 독학으로 그림을 배워 전시회에 내놓기도 했다. 탤런트 이광기 이화선, 가수 최백호 솔비 나얼도 각자 독특한 방법으로 작업하면서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가수 출신 정미조는 아예 화가로 전업했다.

이들의 작품 가격은 엽서 크기의 1호당 5만원부터 50만원까지 제각각이다. 조영남은 스스로 방송을 통해 밝힌 대로 20호 크기가 1000만원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처음에는 여가 시간에 그림을 그리다 ‘부업’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 대한 미술계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작업실에 박혀 매달려도 역부족인데 그렇게 바쁘게 연예활동하면서 그림 그릴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얘기다.

취미든 뭐든 각자 방식대로 그림을 그리는 거야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준비하지도 않고 적당히 유명세를 이용해 작가 행세를 하려 한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엄정한 검정과 비평도 없이 스타들의 인기에 편승해 전시·판매를 부추긴 화랑들의 잘못도 있다. 인기는 거품과 같아서 추락하면 그림값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다른 사람이 그렸다면 누가 거들떠나 보겠는가.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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