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터 경기 거쳐, 충남 찍고, 제주까지.’ 노랫말이 아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고 여의도나 라디오에 출몰하고 있는 시·도지사가 있는 광역지방자치단체 이름이다. 수장(首長)이 차기 대통령 선거의 예비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4·13총선 이후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대권 도전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박원순), “대통령 한번 해보는 게 꿈”(남경필), “불펜투수로서 몸을 풀고 그래야겠다”(안희정),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에 책임감 느낀다”(원희룡).
이들의 임기는 2018년 6월 30일까지다. 2년이 더 남았다. 그런데 내년 12월 대선을 향해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에 와서 소속당의 정치인들을 만나거나 라디오에 나가면 꼭 붙이는 말이 있다. “지금은 시정(市政)과 도정(道政)에 전력하겠다.” 그러면서 국회의 상시 청문회법이나 당내 계파 갈등 등 시·도 업무와는 별 관계없는 문제에 대해 견해를 서슴없이 피력한다.
네 명 말고도 정치인 출신 광역단체장은 많다. 부산, 대구, 인천시장과 경남, 전남지사 등도 국회의원을 지낸 중견 정치인들이다. 분위기만 잡히면 언제든지 대권에 도전장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참, 기초단체장 중에도 대선을 겨냥한 듯한 행보를 보이는 이가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처럼 모두가 대선에 나서겠다고 들떠 있으면 지방정부는 어떻게 굴러갈까. 말로는 시정, 도정도 챙기겠다고 하지만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몇 해 전 한 유명 앵커가 출연자로부터 서울시장에 출마 안 하느냐는 난데없는 질문을 받자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겠느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지금처럼 전국의 주요 시·도 단체장들이 대통령 선거 생각만 한다면…. 정말 소는 누가 키울지 걱정이다.한민수 논설위원
[한마당-한민수] 소는 누가 키우나
입력 2016-05-26 20:08